[르포]'파산 위기' 명지학원…덩그러니 남겨진 교정과 재학생들
법원, 명지학원 회생절차 중단 결정
명지학원 "회생절차 다시 개시, 파산 수순 밟는 것 아냐"
명지대 중운위 "재학생들, 명지학원 경영 신뢰하지 않아"
재학생들 "체념과 불안, 부끄러움 있어"
[아시아경제 강우석 인턴기자]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래도 가장 큰 거는 불안한거죠."
18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이날 찾은 명지대학교 교정은 방학때문인지 한산했다. 이따금 눈에 띄는 항의성 현수막과 대자보를 빼고는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명지대학교를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 18부(안병욱 부장판사)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다.
제출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조사위원이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은 공고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된다면, 명지학원은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명지학원은 2004년 경기도 용인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 분양 이후 건립을 약속했던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했다. 그에 따라 2013년 분양대금 반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총 192억의 배상 책임을 안게 됐다. 이후 채권자인 SGI서울보증이 2020년 5월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명지학원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명지학원은 지난 10일 명지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명지학원이 파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다시 회생절차를 개시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현재 채무자인 명지학원이 교육부의 의견을 반영하여 회생을 재신청할 것이며, 교육부에서는 명지학원의 회생 신청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고 공지했다. 이어 "새로운 회생 신청 및 관련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고려하면 파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명확히 밝힙니다"라고 강조했다.
명지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도서관에서 '회생 계획안'과 관련한 공동 성명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학생 측은 학교에 신뢰를 잃었다는 입장이다. 명지대 인문·자연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17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병진(명지대)총장은 파산 신청 이후 '법인 문제가 대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추후 대학교 경영상 중대 문제 생기면 일체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썼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수년간 요구하고 응원했던 상황들을 일체 무시했으며, 지금도 그들의 우선순위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운위는 작년 3월 명지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지학원 파산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학생 응답자 3311명 중 3246명이 명지학원의 경영을 신뢰하지 않았다"며 "약 2800명의 학우들이 집회·시위 등의 학생행동에 동참할 의향을 밝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 총장의 책임 이행, 교육부와의 원만한 관계 위한 관선이사제 도입, 최악의 상황 시 사태 해결을 위한 재정기여자 모색 등을 요구했다.
혼란스러운 교정 분위기에 학생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명지학원) 파산 신청 논란이 한 두번도 아니고 이젠 체념 상태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졸업식을 치룬 전모씨(26)는 불안과 부끄러움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그는 "20살에 명지대학교에 입학해 적잖은 시간을 명지인(人)으로 지내왔는데, (명지학원 논란으로) 이 소중한 학창시절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고 향후 취업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며 "(만약 폐교가 된다면) 내가 30~40대가 되었을 때 자식에게 폐교된 학교에 다녔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4학년 최모씨(23)는 책임과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명지학원 파산 논란'은 이전부터 지속된 문제"라며 "회생절차 폐지까지 이른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며 이 사태에 대해 구체적 대책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명지학원은 학교 법인으로서 교육적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며 "(그저) 믿고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을 보이는 행동, 예컨대 총학생회 측에서 주장하는 '회생안 공개'와 '총장 직선제 및 관선 이사 도입'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돈 있어도 아무나 못 누린다"…진짜 '상위 0.1%'...
한편 교육부는 명지학원 회생 절차 관련해서 회생 계획을 적극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회생계획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적극 독려해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고 밝혔다. 명지대 폐교 관련해선 "(명지대가) 폐교하게 되면 학생들이나 구성원들의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운영 연장을 요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