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러시아가 이제는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움직임을 명분으로 삼으면서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우방국 벨라루스에도 군대를 보내는 등 그야말로 삼면을 포위한 상태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병력 8500명에 대해 준비태세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움직일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전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서방의 제재에 대항해 러시아가 가진 무기는 막대한 자원이다. 유럽은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특히 독일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50%에 달한다. 만약 러시아가 보복 조치로 가스관을 막는다면 독일은 에너지 대란을 겪게 된다. 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되자 지난 24일 하루 동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5% 급등하기도 했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독일은 20년 전부터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왔다. 올해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원전 3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석탄발전은 2038년 완전히 문을 닫는다. 독일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했다. 그 천연가스 대부분은 러시아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들여온다.
이 같은 구조는 평상시에 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위기에는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천연가스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독일의 어정쩡한 태도는 러시아를 압박해야 하는 미국 등 동맹국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에 있어 천연가스는 양날의 칼과 같다. 천연가스를 수출하지 못하면 러시아도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폐쇄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싶어하지만 독일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완전히 차단할 경우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하루 2억300만~2억28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조치가 3개월간 지속된다면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은 2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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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러시아에 에너지 볼모가 된 독일은 우리 정부의 탈원전 롤모델이었다. 그러기에 독일의 상황이 남일 같지 않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쪽으로는 북한에 가로막혀 있다. 사실상 에너지 섬나라나 다름없다. 언제든 에너지 안보 위기가 우리의 운명을 벼랑끝으로 내몰 수 있다. 한 가지 측면만을 보고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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