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붕괴 직전 보건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 위중증자가 964명 발생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15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나흘째 통화 시도 중입니다. 보건소 직원과 통화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네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라 지역주민의 건강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보건소가 사실상 초토화됐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주민은 "미국에서 방학을 맞은 딸아이의 자가격리 사항을 보건소에 문의하려 했지만 며칠째 통화가 안된다"면서 "자가격리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끊어야 하는데 확인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날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모든 해외 입국자의 10일 격리조치를 내달 6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위중한 상황에서도 통화가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119구급차를 긴급 배정받아야 하는데 수십 분간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아 환자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보건소에 연락해 구급차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리는데 보건소 직원들이 30분이 넘도록 전화를 못 받는다"고 전했다. 아이와 함께 재택치료 중인 김모씨는 "아이가 열이 안 떨어져 보건소에 연락했는데 도통 전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어렵게 통화가 됐지만 재택방치라는 느낌만 들었다"고 꼬집었다. 산소 포화도가 위험 수치까지 떨어졌던 한 재택치료자는 "담당자 연락이 두 시간 만에 닿았다"고 알렸다.
보건소 인력이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대거 투입되면서 일상적으로 해왔던 업무도 중단됐다. 역대 최다 확진자 발생으로 역학조사, 선별진료소 운영 등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그간 맡아왔던 건강증진·일반진료 업무 등을 중단하는 보건소가 속출하고 있다. 상당수 보건소가 업무 중단 또는 비대면 전환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처방전 발급, 방문건강관리, 치매쉼터 운영, 신생아 예방접종 업무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보건소 직원들도 격한 업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2년째 이어진 코로나로 모두 번아웃(소진) 됐고, 피로·우울증이 심해져 퇴소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더 고통인 것은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에 아우성이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질병관리청은 보건소 인력충원에 나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확진자 폭증과 급증하는 민원 건수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역학조사관은 1년 전보다 충원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했다. 방역당국이 사실상 역학조사를 포기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날 재택치료자가 2만6668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재택치료 환자까지 관리해야 하는 보건소는 인력이 2~3배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직원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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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당장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멈추고 의료체계 정비에 돌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현장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건강관리를 일선에서 책임지는 보건소가 붕괴 직전이다. 과중한 업무가 보건소에 몰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인 인력 충원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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