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n번방 방지법' 재개정 추진 공식화
"선동정치", "정당정치 기본 망각" 비난도
전문가 "헌법위배 문제제기 있을 수 있으나 방향성 이해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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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사전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법이 자유 침해 등 헌법 위반 소지가 있고, 불법촬영물 유통에 대한 실질적 규제도 어렵다며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적 요구와 여야의 합의로 만들어진 법을 섣불리 개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은 n번방 방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n번방 방지법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터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제공하는 불법촬영물 자료와 오픈채팅 등에 올라온 콘텐츠를 비교해 일치하면 해당 콘텐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적용 대상은 웹하드 사업자와 일정 규모 이상(매출액 10억 이상 또는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등이다. 카카오톡의 경우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이 아니며,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이나 움짤(움직이는 사진)에 대해서만 필터링 기능이 적용된다.


법 시행 직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필터링 기능이 사전 검열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불법촬영물과 관련 없는 고양이 동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공유된 영상물을 필터링하는 과정으로, 해당 콘텐츠가 불법촬영물이 아니라면 수초 내지 수십 초 후 전송이 완료된다.

방심위는 검열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방심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필터링 기능은) 인터넷 사업자가 방심위에서 심의·의결한 불법촬영물의 특징정보와 콘텐츠의 특징정보를 단순 비교하여 불법촬영물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며,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적 대화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검열 이슈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yatoya@yna.co.kr

지난해 5월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yato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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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은 즉각 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라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불법촬영물 유포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반드시 원천 차단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 비밀 침해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n번방 방지법이 실제 성착취물 제작·유통 경로였던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에는 적용되지 않아 규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n번방 방지법은 기준의 모호함에 더해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실질적으로 n번방 사건에서 유통경로가 되었던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메신저 '텔레그램'./사진=연합뉴스

메신저 '텔레그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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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적 동의와 여야 합의를 거쳐 제정된 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재개정 또는 폐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장혜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자마자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남초 커뮤니티 여론을 등에 업고 또다시 선동정치에 나섰다"라며 "정당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n번방 방지법은 유통 플랫폼에 대한 책무와 규제를 포함하여, 디지털성착취물의 유포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법"이라며 "아무리 입법부 경험이 없는 당 대표와 대선 후보라지만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법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같이 져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n번방 방지법의 개정이나 폐지와 관련해선 신중한 검토와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n번방 사건 이후 사회적 분위기,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에 의해 급박하게 제정됐고 충분히 다각도로 검토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실효성 문제, 또 헌법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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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엄연히 국회 다수의 동의를 얻어 만들어진 법이다. 재개정이나 폐지를 주장하려면 불법촬영물 유통 규제의 필요성과 이 법의 취지 등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충분한 고민 끝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면, 실효성 지적이 나왔던 텔레그램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하겠다든지,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지 이제 막 시행된 법을 일부에서 반발한다고 없앤다거나 재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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