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n번방 방지법, 중요한 건 '검열 논란'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성착취물 유통 차단을 위해 마련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놓고 ‘검열 논란’이 뜨겁다.
지난 10일 법 시행 이후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착취물과 관계없는 영상을 올렸다가 검열 대상이 됐다거나 계정 차단까지 당했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사적 검열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카카오톡에선 검열 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방’도 우후죽순 쏟아졌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법을 두고 “절대다수의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법률 재개정 추진 입장을 밝혔고 반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엄격한 법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n번방 방지법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과 카카오톡,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연 매출 10억 원 이상 또는 일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국내 인터넷 사업자를 비롯해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국내 대리인이 있는 해외 사업자에 적용된다. 여기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불법촬영물 표준 필터링 기술이 쓰인다. 정부가 갖고 있는 불법촬영물 DB를 이용자들이 올린 영상과 비교해 특징 정보를 대조하고 불법촬영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검열이라고 표현하는 쪽도 있지만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영상물을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작업을 검열로 보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용자들이 올린 영상을 일일이 ‘들여다 보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선 필터링 기술의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기술적인 결함이 계속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n번방 사건 당시 원흉으로 지목된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에겐 법 적용이 안되는 공백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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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n번방 방지법이 어떻게 정착하는가이다. 성착취물의 유포를 막아 제 2, 3의 n번방 사건을 막아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 법이 닿지 않는 빈틈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법 시행보다 늘 한발 앞서고 진화를 거듭하는 디지털성범죄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이 법 개정이 됐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됐든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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