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음반사가 원곡레이블보다 먼저 유튜브에 콘텐츠 아이디 등록
저작권보호원 14곡 권리 바로잡고 31년간 발매된 주요 곡 현황 파악
108곡 추가 발견해 93곡 권리정보 정정…불법 앱·SNS 모니터링 확대
경찰청·인터폴 공조 해외수사도 "불법 파일·링크 거부 분위기 조성돼야"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이 노래 이름이 '은신등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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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반사의 원곡 행세를 인지하고 있다. 절차를 밟았다면 사용을 허락했을 텐데,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사용해 당황스럽다." 지난 5월 가수 윤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그가 부른 '기다리다'는 교묘하게 번안돼 유튜브에 원곡처럼 등록돼 있었다. 중국 음반사가 원곡 레이블보다 콘텐츠 아이디를 먼저 등록했다. 콘텐츠 아이디는 저작권 소유자가 저작물이 사용된 콘텐츠를 식별하게 하는 유튜브 시스템이다.


네티즌의 조사로 같은 수법에 당한 음원은 더 밝혀졌다. 아이유의 '아침 눈물',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이승철의 '서쪽 하늘', god의 '길', 토이의 '좋은 사람' 등 모두 열네 곡이다. 저작인접권(음반제작자·가수·연주자 등 실연자의 권리) 사용료가 빌리브 뮤직, 이웨이 뮤직, 엔조이 뮤직 등 중국 음반사로 배분됐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유튜브 내 저작권 도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31년간 발매된 주요 곡들의 현황을 파악했다.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중국의 상습 도용 음반사들에 주안점을 두고 피해 여부를 점검했다. 그렇게 적발된 도용사례는 108건. 대부분 유튜브가 국내에 활성화되기 전인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 발매된 음원이었다.


저작권 피해를 본 가수 윤하

저작권 피해를 본 가수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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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보호원은 모니터링 결과를 해당 음반사에 제공해 저작권 정보가 정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유튜브 정책상 권리정보 수정은 해당 권리사가 직접 대응해야 한다. 이용일 저작권보호원 온라인보호부장은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와 함께 권리 관계가 불분명한 음원들을 조사해 관련 사실을 안내했다"며 "권리정보를 정정하려면 반드시 국내 음반사의 권리 주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열네 곡은 모두 권리정보가 정정됐다. 추가로 확인된 108곡 가운데 아흔세 곡도 권리를 회복했다. 이 부장은 "해결되지 못한 열다섯 곡은 다시 권리자(음반사)에게 모니터링 결과 등을 안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저작권 도용을 예방하려면 음반사가 적극적으로 콘텐츠 아이디를 등록해야 한다. 유튜브가 수익창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지금은 음반사 대부분이 필수 작업으로 진행한다. 저작권 도용은 유튜브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 저작권보호원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적발한 중국의 불법 사이트만 2166곳에 달한다. 음악은 물론 영화,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전 분야에 걸쳐 권리가 침해됐다.


유튜브는 개중 나은 편에 속한다.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에게 알려 해결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도 국내 음반사에서 정당한 권리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어 중국 음반사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침해대응 종합상황실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침해대응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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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보호원은 다각화된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불법 음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유통 현황을 모니터링해 음악콘텐츠협회와 공유했다. 당시 적발한 불법 모바일 앱 스물아홉 개는 삭제됐다. 이 부장은 "앱 240개를 추가로 모니터링해 삭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의 한류 저작권 침해 문제가 계속 발생해 하반기에 중국어가 가능한 모니터링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저작권보호원은 불법 사이트의 원천 봉쇄도 구체화한다. 강대오 저작권보호원 경영기획실장은 "구글 측과 저작권 침해사이트에 대한 검색결과 제한 조치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그 범위를 불법 사이트 광고(애드센스) 차단으로 넓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법 복제물 유통 모니터링은 SNS, 카페, 블로그, 네이버 밴드 등에서도 이뤄진다. 커뮤니티 형태의 SNS는 개설자의 승인하에 폐쇄된 공간에서 소수가 정보를 공유한다. 모니터링과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같은 해외 SNS에서 유통되는 불법 복제물도 행정조치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모니터링 결과를 권리자에게 제공해 삭제 조치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불법 복제로 큰 피해를 본 영화 '미나리'

불법 복제로 큰 피해를 본 영화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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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보호원은 실태 파악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빅데이터 기반의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시스템을 구축한다. 침해의 발생·인지·분석·대응을 하나로 통합해 대응한다. 이 부장은 "모니터링, 심의, 침해대응, 정보제공 등의 기능이 한층 향상될 것"이라며 "저작권 보호 기술 도입이나 해외에서의 침해대응 등을 위한 지원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디지털포렌식센터를 구축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 수사의 범위도 한층 넓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국제 공조수사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등과 함께 불법 사이트를 합동 단속한다. 이 부장은 "대부분 국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한다. 운영자 거주국, 사이트 등록국, 서버 위치국 등이 제각각이라 여러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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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광종 문체부 저작권보호과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연내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운영진 검거와 범죄수익금 환수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불법 파일과 링크를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들과 함께 저작권 침해 예방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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