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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기술 부족한데 목표부터…기업들 이중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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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보다 제조업 비중 높은데…정부 비현실적 탄소중립 목표
주력산업 피해 땐 일자리 감소 피할 수 없어

탄소중립 실현기술 부족한데 목표부터…기업들 이중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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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산업계와 학계가 정부의 탄소중립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철강과 석유화학, 정유, 조선 등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주력 제조업이 피해를 입으면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 효율도 한계가 있어 전력난까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환비용에 대한 추계와 구체적인 기업지원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어 기업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조업 비중 세계 최고 수준인데 탄소중립 속도 너무 빠르다

22일 탄소중립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6.1%로 일본 19.5%, 유럽연합(EU) 14%, 미국 10.6%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다. 제조업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올해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 index)에서 세계 152개국 중 독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중에서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 비중이 40%에 달한다. 이처럼 온실가스 다배출은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다른 나라에 비해 탄소배출 달성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주요국들은 1990~2000년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최근에는 줄어드는 상황에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시기가 늦어 단기간에 산업을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기술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산업인 철강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대안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연구개발(R&D)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탄소포집(CCUS) 기술도 기초연구 단계에 불과하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은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기술을 통해 95%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으나, 당장 2030년까지는 추가 감축 여력이 부족하다"며 "이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대해 철강업계는 현존 기술 이외에 2040년 감축수단에 포함된 혁신기술까지 모두 반영된 만큼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도 "당장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2030년까지 8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럽, 미국, 일본에 비해 뒤처진 우리나라 탄소중립 기술수준으로 급격히 상향된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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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으로 일자리, 전력 문제 심각해질 수 있어

탄소중립이 가속화하면서 일자리 감소와 전력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과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산업의 사업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보다 탄소중립 목표가 늦은 중국과 인도 등 후발주자들이 우리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나온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친환경모빌리티실장은 "2030년 NDC 상향에 따라 급격한 전기·수소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부품을 제조하는 대다수의 영세업체의 경우 미래차 사업전환에 한계가 있다"며 "전기차 특성상 내연기관 대비 작업공수와 부품수 감소로 인해 고용축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목록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 지구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정부가 일자리 보존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난 역시 문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205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완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위주의 에너지 전환계획이 제시됐지만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발전까지 축소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력수급 위기와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교수는 "석탄 발전, 원자력 발전, 더 나아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까지 모두 퇴출시키는 것은 우리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면서, 결국 에너지 전환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더라도 안정적 전력공급 가능하도록 기존 발전원의 예비력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윤 실장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상황과 단기간 산업전환 부담 등 주요국 대비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탄소중립 기술 투자 인센티브 확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소통 강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정책과 감내하기 어려운 감축 목표는 결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감산, 해외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제라도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 2030년 NDC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재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업 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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