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끝없는 도전 "만족하는 예술가에겐 미래 없다"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오페라 아리아 부문 우승
"끊임없는 불만족에서 좋은 예술 탄생한다고 생각해 도전"
"소프라노 조수미처럼 바리톤 하면 생각나는 사람 되고 싶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고, 한국인 최초란 타이틀도 가지고 싶었다." 지난 6월 19일 세계적 권위의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뜻을 이룬 바리톤 김기훈(30)의 소감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라며 "브린 터펠(56·영국)과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962~2017·러시아)가 선 무대에 서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막상 우승하니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터펠과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세계 3대 바리톤으로 거론된 성악가다. 이 콩쿠르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그들의 전철을 밟은 김기훈은 이미 메이저 콩쿠르에서 두 차례 입상했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오페랄리아에서 모두 2위를 했다.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우승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 또 한 번 강렬한 도전 의지를 불태웠다. 김기훈은 "끊임없는 불만족에서 좋은 예술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만족하는 예술가에겐 미래가 없다. 만족하는 순간 제 예술 인생도 끝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바리톤으로 남고 싶다."
전남 곡성 출신인 그는 KBS '열린음악회'를 보며 성악의 꿈을 키웠다. 전문적인 교육은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받았다. 교회 세미나에서 만난 노래 강사의 권유로 고전 음악과 가곡을 노래했다. 그러나 연세대 성악과 재학 시절 성대 결절에 시달려 한때 성악을 그만두려고 했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복싱 선수까지 염두에 뒀다.
김기훈은 피나는 노력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연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과정도 만점으로 마쳤다. 하노버 국립극장을 거쳐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번 우승으로 오는 10월부터 일정은 빠듯해졌다. 독일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오페라 '라 보엠',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코지 판 투테'가 예정돼 있다. 영국 코벤트가든,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오페라 극장, 미국 워싱턴 국립 오페라 등에도 오를 예정이다. 그는 "타이틀을 가졌다고 자만하거나 현상을 유지할 생각은 없다"라며 "큰 꿈을 그리되 앞에 있는 목표부터 차근차근히 해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소프라노 하면 누구나 조수미를 떠올리듯 바리톤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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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은 내달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김덕기가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함께 리사이틀(독창회)을 한다. 이번 콩쿠르에서 불렀던 곡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능일꾼' 등이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중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돌려주세요'와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분노에 떨고 있네'도 들려준다. "노래하면서 허공을 보지 않는다.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반응에 주목한다. 박수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엄청난 힘을 받으며 감동한다. 그게 음악을 하는 원동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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