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원자재 상승 등 악재 겹쳐…"인력이나 생산량 줄여야 할 판"
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7.79%…경제성장률의 ‘3.6배’
최저임금 10% 인상시 일자리 30만개 감소…'고용 없는 성장' 우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4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4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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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준형 기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지 않았으니 내년에는 적어도 10~15%는 인상될 것 같은데, 최저임금을 안 받는 분들의 연봉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해진다. 안 그래도 뿌리기업은 생산직 채용이 힘든 상황이라 인건비가 이렇게 오르면 인력이나 생산량 둘 중 하나는 줄여야 할 상황이다."(경기 화성 소재 뿌리기업 A사 대표)


"가뜩이나 주 52시간제 때문에 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면서 생산량이 준 마당에 선철 값은 반년 새 52% 올라 원자재 리스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 결국 회사 문 닫으라는 소리 아닌가."(경남 창원 소재 주물업체 B사 대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이달 중순 결정을 앞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놓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우려와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 이어 원자재가 상승으로 경영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될 경우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미국도 안오르는데…벼랑끝 뿌리기업, 통째로 흔들린다 원본보기 아이콘


최저임금, 경제성장률 ‘4배’

최저임금은 최근 4년간 연평균 7.9%가 인상됐다. 최근 10년 연평균 인상률인 7.35% 대비 0.55%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6.4%, 10.9% 상승하며 급격한 인상폭을 보였다. 기업인들은 "당시 현장의 충격은 매우 컸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인상 체감 수준은 더 높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경제성장 수준을 상회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18%다. 반면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79%로 경제성장률의 약 3.6배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5%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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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최저임금 6위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한국의 중위임금(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2.4%로 6위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48.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G7의 지난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프랑스 61.3% △영국 57.1% △캐나다 50.0% △독일 48.1% △일본 44.3% △미국 30.7%였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주요국 평균을 웃돌고 있음에도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5년 간 최저임금이 53.9% 인상된 데 반해 1인당 노동생산성은 같은 기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 다수가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인당 0.8%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행정부 최저임금 인상 좌초

이에 노동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평등 및 양극화가 심화된 만큼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 최저임금 37% 인상 조치를 언급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최저임금을 시간당 10.95달러(1만2375원)에서 15달러(1만6953원)로 인상하는 행정서명을 발표했으나 의회 문 앞에서 좌절되며 사실상 이를 포기했다. 대신 각 주별 인상안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김포에 위치한 제조업체 공장. [사진 = 이준형 기자]

경기 김포에 위치한 제조업체 공장.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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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현장의 기업 대표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최저임금뿐 아니라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연일 가중되는 사업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고질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뿌리기업의 경우 생산직 수급이 악화될 전망이다. 경기 화성의 한 뿌리기업 대표는 "직원이 10명인데 내년 추가적으로 들어갈 인건비만 최소 수천만 원"이라며 "최저임금을 받지 않는 직원 연봉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고용 없는 성장’ 우려도

일자리 감소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도 우려된다. 한국노동경제학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마다 약 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같은 고용 충격은 특히 중소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에서 중소기업 41%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고용 감축을 꼽았다. 지난달 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20대 청년구직자 73.2%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업난 및 근로시간 단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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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최근 30개월 연속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월 대비 6만7000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5만3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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