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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증권규제와 코인규제 수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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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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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널리스트 미클스웨이트와 울드리지의 공저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원제는 The Company: A Short History of a Revolutionary Idea)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요소인 주식회사의 역사를 추적한 역작이다. 그런데 이처럼 대단한 주식회사도 100여년 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현재의 가상화폐(코인)와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했다. 주식과 코인을 동일시 할 수는 없지만 미국 증권규제의 역사는 향후 우리나라 코인규제의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주식회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주식투자도 크게 활성화돼 1900-1928년 기간 미국의 주식투자인구는 약 4백여만 명에서 18백만명으로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 이슈가 중요해졌고, 주 정부들은 1911년 캔사스 주를 시작으로 그동안 각 증권거래소의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던 증권규제를 시작하였다. 사기 금지와 인가제를 핵심 수단으로 한 주 정부의 청공법은 정부의 실질심사에 따른 인가를 받아야만 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였다. 청공법이란 명칭은 푸른 하늘도 구획을 나누어 지분 판매를 하는 사기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1929년 10월 증시 대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은 증권의 발행 및 유통에 대한 전면적인 연방 규제로 이어져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소법이 제정되어 현재에 이른다. 1933년법의 요체는 증권 발행에 있어서 인가제 대신 엄격한 공시주의 채택이었고, 1934년법은 공개법인의 계속적 의무공시,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금지, 증권회사와 거래소의 영업행위 규제 등 종합적 규제법이었다. 거래소에 의한 순수한 자율규제를 국가 규제체계 내에서 작동하는 공인자율규제(Audited Self-Regulation)로 전환한 것도 특징이다.


이와 같이 미국 증권규제의 역사는 순수한 자율규제 → 주 정부의 제한적 규제 → 연방정부에 의한 전면적 규제 순으로 변천돼 왔다. 각 단계에서 기존 규제의 한계가 명백해지고 대폭적인 개선이 요구될 때 다음 단계로 이행한 것이다. 이 단계적 이행을 우리 코인시장과 비교해 보면,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을 기준으로 그 이전 단계는 적용 법령 없이 거래소에 의한 순수한 자율규제의 시대라 할 수 있고 특금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제한적 규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금법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의 방지라는 극히 제한적인 목적을 가진 법률이라 현재와 같이 거대한 코인시장을 종합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연방 규제 시기와 같이 국가의 전면적 규제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국가의 전면적 규제를 위해서는 업권법이 필요하다. 이 업권법은 코인 중 지불형과 이용권형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증권형 코인의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므로 별 문제 없다. 현재 상황은 업권법에 대해서 정부는 관망적 입장인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업권법 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업권업이 제정된다면 어떤 내용들이 담겨야 할 지 자본시장법의 구조를 참고하여 핵심적 사항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인 발행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ICO(공모)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사기적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차적 과제다. 둘째 코인의 상장 및 상장폐지의 타당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영역은 거래소에 맡기되 정부에 의한 사전·사후 감독이 이루어지는 공인자율규제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유통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위한 조치인데, 강제적 계속공시의무를 부여하고 내부자거래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는 내용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증권시장에서 거래소·증권회사·예탁원·증권금융이 나누어 하는 모든 기능들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코인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중요하다.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고, 거래소와 그 임직원의 다양한 부당·불공정행위를 금지하며, 거래소의 안전하고 투명한 운영을 담보하고, 거래소 시스템의 해킹이나 부실관리에 따른 투자자 손해배상책임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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