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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가상화폐 법안 뜯어보니 "현실성 부족"

최종수정 2021.05.10 11:35 기사입력 2021.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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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기존법안으로 충분…금융위 인가로 혼란만 야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상자산업법'은 투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상통화 산업에서 불공정한 거래 행위가 나오면 손해배상과 몰수·추징까지 할 수 있게 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상자산업법'은 투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상통화 산업에서 불공정한 거래 행위가 나오면 손해배상과 몰수·추징까지 할 수 있게 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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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업법안을 발의하면서 첫 가상화폐 업권법이 나왔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업권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업권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안 방향성에 대해선 동의했다. 시세조종 혹은 투자금 유치 후 잠적하는 스캠성 사기 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2017년 광풍 때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투자자 보호에 나선다는 것 자체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에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법안 내용이 모순적이며 현실성이 떨어져 오히려 주식시장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인가는 받는데 규제는 ‘헐렁’

먼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닌데도 가상화폐 거래업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불명확해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인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가 나선다면 금융상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안에서도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이며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결국 가상화폐 거래업자는 금융위의 인가는 받으면서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촘촘한 규제에선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법안엔 금융상품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으며 방문판매법, 공정거래법 등 일반 자산에 해당하는 규제만 새로 담겼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가 인가를 맡게 될 경우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금융위 책임"이라며 "그럼에도 가상화폐 업계가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업권법은 특별법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혼란 우려

주식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한국거래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시를 매매할 수 있는 플랫폼인 동시에 모든 기업을 촘촘히 감시할 수 있는 지위를 지니고 있다"며 "금융위로부터 가상자산업자로 인가 받았다고 홍보하면 대중들은 한국거래소와 동등한 지위를 얻었다고 인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현실성 자체도 떨어진다. 금융위가 인가하는 주체로 지정될 경우 향후 가상화폐 시장 모니터링도 책임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현재 금융위는 2020년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268개 기업을 관리 중이며 이를 200여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일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의 하루 거래량은 45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의 3배에 육박했다. 현재 인력의 몇 배 이상을 더 채용하지 않고 기존 금융위 소속 직원이 가상화폐 시장 모니터링을 담당할 경우 업무 과중으로 인해 기존 주식시장에 대한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기존 법안 갈무리…행정적 낭비 지적도

전문가들은 법안 내용이 기존 법안을 짜깁기한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자금세탁 관련 규제,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 등 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의 내용들은 이미 기존 법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만으로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자구책이 마련됐다"며 "기존 법안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데 업권법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결국 규제망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법안이 반증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가 나서서 주무부처를 정하고 수사 등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 거래일 대비 0.29% 상승한 7171만원을 기록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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