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참여할 때 우려되는 일은 무엇인가. 중국의 경제 보복일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엔 ‘한미동맹’ 균열이 우려된다. 이 딜레마 속에서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모호함’이다. 과연 그것은 유일한 답일까.


쿼드(QUAD·4각)는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다자 안보협의체다. 자유롭고 개방된 아시아·태평양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사실은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선으로 인식된다. 미국은 한국 역시 쿼드에 참여해 중국 견제에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인식은 최근 종료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대부분 드러났다. 한국은 회의에서 쿼드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공동성명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제외됐다. 이것은 미국의 쿼드 참여 압박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보다는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며 ‘대중국 견제에서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이란 해석이 합당하다. 그런데 우리가 끝내 쿼드 불참을 선언한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도에서 제외된 한국이 설 땅은 넓지 않다. 한미동맹 균열과 우리 손을 떠나는 북핵 문제, 우리가 주도하지 못한 역내 외교 파고의 결말은 이미 100년 전에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반대로 한국의 쿼드 참여는 어떤 상황을 초래하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때 경험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명령)의 충격’ 이상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뿐 아니라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 역시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인도는 아예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나라다. 이들도 한국처럼 중국을 자극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 최근 개최된 쿼드 정상회의는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대응, 기술협력 등 비군사적 이슈만을 다뤘다. 향후 군사협력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호주나 인도가 적극 동참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인도는 쿼드에 참여하되 군사 행동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제적 쿼드 참여 후 군사 외 분야의 논의를 주도하는 게 영리한 결정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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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독일·베트남·뉴질랜드의 쿼드 참여도 거론된다. 쿼드가 펜타(5각), 헵타(7각)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그러나 신입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도 미국이나 일본의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느지막이 떠밀려 참여한 헵타에서 논의를 주도할 공간은 매우 좁을 것이다. 늦어도 문제이지만 심지어 선제적 참여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쿼드의 출발국인 일본이 한국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은 대중국 견제 노선에서 ‘약한 고리’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의 참여로 단일 대오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과 중국 눈치 보기 사이에서 갈등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결정하며 미 조야의 ‘한국 중국경도론(한국 외교가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에 기름을 부었다. 그런 구애가 중국이 사드 도입을 거부할 수 없던 한국의 입장을 용인해주는 희망적 결말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양쪽에 구애를 보내는 일은 모두에게 ‘거절’이란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중간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전략 역시 내포하는 메시지는 같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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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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