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 비판
정부 "현행 제도 유지가 기본 입장"
전문가 "장기적으로 출판 업계에 도움 안 돼"

6일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지하 강당에서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도서정가제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사진은 소설가 한강이 '한강, 박준 작가와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6일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지하 강당에서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도서정가제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사진은 소설가 한강이 '한강, 박준 작가와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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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슬기 기자] 소설 '채식주의자'로 아시아 최초 세계적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도서정가제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도서·출판 시장에도 다른 시장과 동일하게 시장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도서정가제와 관련 현행 제도 유지가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6일 소설가 한강은 시인 박준과 함께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서 열린 '한강, 박준 작가와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에서 "도서정가제가 개정되면 아주 짧게는 좋을 수 있다. 책 재고 처리를 할 수 있고, 책을 싸게 사고, 그렇지만 그런 잔치는 금방 지나가고 우리가 잃는지도 모르고 잃게 되는 작은 출판사들과 또 2만 종이 넘게 늘어났던, 태어날 수 있었던 책들의 죽음을 우리도 모르게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인 박준은 "출판문화를 숲이라고 하면, 숲이 있는 공간에서는 선의의 경쟁 등을 통해 문화 안에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최상위 포식자와 초식동물, 그보다 작은 생물들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있는 숲"이라며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비판했다.


도서정가제는 책값 경쟁으로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 위축 등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하는 제도로 2003년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시행되다가 지난 2014년 모든 도서를 종류에 관계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15일 소비자 정책 감시단체 컨슈머워치는 "시대와 동떨어진 도서정가제를 폐지하고 소비자가 다양한 가격대에서 다양하게 선택·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라며 "정부는 도서정가제를 통해 문화상품과 출판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권리를 보호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대전의 한 서점./사진=연합뉴스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대전의 한 서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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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로 책값 경쟁을 하지 않아 다양한 서적이 출간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기본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의 선택권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업계의 갈등도 더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해 7월부터 출판계·전자출판계·유통계·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6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도서정가제 개정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정리해왔다. 그러나 문체부가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출판업계와의 갈등이 가시화됐다.


당시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했지만, 출판업계 등은 기존 논의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


출판인회의는 지난 8월 "문체부가 지난 2017년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해 당사자 간 보완 개선을 위한 출판계의 지난한 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보완·개선되며 유지·발전된 도서정가제는 특히 작은 출판사 및 동네 서점에는 생존이 달린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현행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전국의 교보문고 애독자 6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약 59.2%가 도서정가제의 기본 취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도서정가제 덕분에 독자의 독서 환경과 선택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6%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신간이 늘어나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동네 서점 증가에 대해서는 41.6%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도서정가제가 장기적으로는 도서·출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서·출판 시장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가격을 정해준다는지 하는 식으로의 직접지원은 결국 장기적으로 출판업계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서정가제는 구태의연한 제도다. 오프라인이 중심이 되던 시대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온라인이 중심이 되는 현재까지 적용이 돼서는 안된다"라며 "가격은 시장의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맡기고 정부는 대신 바우처 등과 같은 간접지원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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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질의에 "기본적으로 민관협의체에서 마련한 것을 근간으로 추진한다"라며 "국민청원이 들어와서 이용자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지만, 도서정가제는 유지되는 것이 기본"이라고 답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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