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창원 시내버스… 돌파구가 안보인다
버스노조, 임금 인상하고 상여금 삭감 안된다
창원시, ‘지원’해줄테니 파업 빨리 풀어라
버스업체, 또 속이나 창원시 못믿는다
임금협상 결렬로 경남 창원 시내버스 6개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동동 공영버스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멈춰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인구 100만 도시 창원이 시내버스 파업 이틀째를 맞고 있다. 창원 시내버스업체 9곳 가운데 단체교섭이 결렬된 6개 업체가 지난 30일 파업에 들어갔고, 나머지 3곳도 개별 교섭중이어서 그 결과를 장담하는 것은 이르다.
통합 창원시 출범 후 첫 시내버스 파업이고 15년 만에 경험하는 일이니 당장 시민이 겪는 피해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내버스의 70%인 480여대가 멈춰 섰고 이를 대체하는 긴급 수송 수단이 투입된다 한들 익숙한 길을 제때 못 가는 서민의 발은 묶인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3월부터 8차례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최종 파국을 맞았다. 늘 그렇듯 표면적으로는 노사 ‘입장차’에 파업의 누명을 씌운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번 파업도 오래 못 갈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파국의 ‘주동자’는 6개 업체 대표이고, 버스노조는 물론 발 묶인 100만 시민과 막강한 ‘버스 공권력’을 가진 창원시와의 싸움에서 절대로 ‘6’이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국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려는 측과 이익을 더 나눠 갖자는 전형적인 노사분규로 보면 정답은 ‘노답’이다.
창원시 인구는 2011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시내버스 이용객 수도 2014년부터 해마다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시내버스운송수익은 지속해서 줄어든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업체는 해마다 운전기사의 임금을 올려 줄 수 있는 여력이 줄기 때문에 창원시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창원시도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다.
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각종 지원이나 버스요금 인상 등으로 부족한 운송비용을 충당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운송손실금에 대한 보존차원에서 요금인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버스 이용객 수를 감당할 수는 없다.
지난해 임금교섭 과정을 들여다보면 노사가 임금을 4% 인상 합의하면서 창원시는 지원노선(수익성 없는 비인기 노선으로 의무적으로 운행하는 노선) 손실보상금의 95%를 지급해 오던 것을 100% 지급하기로 업체와 약속했다.
이것만으로 부족한 비용에 대해서는 요금인상을 통해 임금인상 4%분을 충족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임금인상은 지난해 4월부터 적용됐고 요금은 올해 1월에야 인상시켰다. 지난해 임금인상으로 누적된 손실에 대해서는 손을 벌릴 데가 창원시밖에 없지만, 시는 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묵묵부답이다.
창원시는 다른 시도에서 운영중인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도 전에 올해 1월 ‘통산제’라는 새 카드를 꺼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지원노선과 비지원노선을 몽땅 합산해 버스업체에 대한 시의 지원금 액수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인다.
지원노선은 운영 원가를 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만성 적자 노선이지만 공공의 편리를 위해 운행하는 노선이다. 시의 지원을 받아 적자를 때우는 것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선 운행하기 싫지만 시가 부담해주니 공공서비스로 운영한다.
그나마 수익을 내던 비지원노선도 인건비 등 비용 상승과 승객 감소로 흑자와 적자 사이를 오간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 버스업체 대표는 ‘코로나 정책자금’ 대출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창원 시내버스업체들에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빚을 창원시가 떠안아 줄 리가 없다.
창원시의 통산제가 현실화하면 시내버스업체들은 운행 버스와 기사와 차고지 모두를 시에 대주는 모양새가 된다고 업체들은 지적한다. 창원시가 일방적으로 정한 차량당 운행 원가에 맞춰 업체들은 따라가야 한다.
한 버스업체 대표는 “업체대표와 운전기사를 모두 창원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버스 사업 권리를 시가 다 사가는 게 맞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창원시 버스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게 차라리 더 맞는다는 뜻이다. 업체 측은 그동안 창원시에 대해 다른 시도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를 요구해 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창원시는 시민 불편을 내세우며 사용자 측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고 업체 측은 반발하고 있다. 버스업계는 창원시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국의 원인을 사측과 창원시와의 신뢰 상실로 보는 시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 버스업체 대표도 최종 교섭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를 노사 입장차가 아닌 창원시가 그동안 지키지 않은 약속에 대한 의사표시로 설명했다.
매년 임금협상시 파업을 막기 위해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는 협상타결 후에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시내버스업체를 부실기업으로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창원시의 지원책을 신뢰할 수 없으니 현실로 돌아와서 코로나19 여파로 더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자구책으로 근로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임금동결과 상여금삭감이라는 안을 내놓았다는 것이 버스업체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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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팽행한 대립과 창원시의 신뢰상실,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버스업체의 강경한 태도 등으로 창원시민의 발걸음만 더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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