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합전선 구축' 김정태·조용병…해외사업 협력 방향키는
밀어주고 협력 투트랙 방식
베트남은 신한·印尼는 하나
상대방이 강점인 시장에선
과당경쟁 자제 '밀어주기'
해외 M&A 등은 합작 모색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민영 기자] 1988년 신한은행 서울 영등포지점. 37살 김정태 수석대리와 32살 조용병 막내대리는 설립 갓 6년이 지난 신생 은행에서 각각 당좌, 외환을 담당하는 뱅커로 근무했다. 나이는 다섯살 차이가 났지만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소탈한 성격에 뱅커로의 꿈이 원대했다.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치면 선후배는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며 '호형호제'했다. 32년이 지나 국내 금융산업을 이끄는 거물로 성장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글로벌 사업에서 전격적인 동맹을 약속한 것.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렇듯 한국 금융산업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김 회장과 조 회장이 글로벌 사업에서 맞손을 잡은 것은 국내 은행업이 처한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저성장, 저금리로 수익 창출 여력이 떨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시장포화, 과당경쟁, 규제장벽으로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양측은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보다는 자본, 노하우 등을 집결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먼저 논의한 양측의 '글로벌 동맹'은 이후 32년 호형호제 사이인 두 회장의 개인적인 인연이 더해지면서 판이 커졌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글로벌 사업 협력 모델은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형 M&A, 합작법인 설립을 모색하는 한편 각사가 경쟁력을 갖춘 시장에서는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로 해외 금융회사 M&A 이외에도 가능한 모든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방침"이라며 "또 양사가 서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서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각사가 경쟁력을 갖춘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무리한 영업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 쟁탈전을 펼치기 보다는 고객, 네트워크, 점유율 등에서 우위인 곳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과당경쟁을 지양하기로 했다. 모든 해외 시장에 나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투자한 국가 또는 기업에 대한 지분 교환 및 네트워크 통합 가능성도 점쳐진다. 각국 규제와 이슈, 사업환경 등 노하우도 공유할 계획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베트남,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해외 M&A, 합작법인 설립을 비롯해 신디케이트론 등 대형 딜 등에서 적극적인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두 금융회사가 힘을 모으면 자본력이 확대, 해외 현지 대형 금융회사 인수도 도전해 볼 수 있다. 특히 해외 M&A의 경우 국내 금융회사 간 경쟁이 붙어 몸값이 치솟는 경우가 많았는데 출혈경쟁 또한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은행의 베트남 국영은행 인수, 캄보디아 소액대출회사(MFI) 인수 등에서도 이 같은 과당경쟁이 일어났다. 한 해외법인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해외 M&A 단계부터 출혈이 크고 이후에도 과당경쟁, 규제준수비용 등으로 은행 간 중복투자가 커 국가적으로는 큰 낭비"라며 "실제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소 2곳 이상의 금융회사를 인수해야 하고 본국 직원수, 현지 인력 배치 등에 있어 금융당국의 제한이 많아 규제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양측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MOU를 체결한 만큼 연내 주요 딜 등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양측이 국내에서 협업을 모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예를 들어 경영 효율화가 최대 과제인 상황에서 공동점포를 내는 방식까지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로이드, 바클레이즈,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이 공동점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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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이번 협약은 신한과 하나가 선의의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금융 페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도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그룹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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