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픈 것보다 사람들 시선 더 무서워" 코로나19 혐오, 이대로 괜찮나
지난 4일 감염병 전담병원인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흰색 방진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확진 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 지난달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 A씨는 지나친 악플과 개인정보 유출로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친구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로 악플 세례를 받았다. A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발 내 신상정보를 퍼뜨리지 말아달라"며 "주변 분들께 누가 될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 지난 1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B씨는 동선이 공개되면서 뭇매를 맞았다. B씨는 격리 수용 직전까지 호텔, 성형외과, 미용실 등 11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플에 시달렸다. 급기야 '불륜인 것 같다'는 누리꾼들의 추측으로 몸살을 앓았다. B씨는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악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심적 불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동선을 비롯한 개인정보 공개 원칙으로 인해 네티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에는 정신의학 치료까지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동 경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시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개된다. 질본과 지자체는 확진 환자가 일·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언론 보도, 홈페이지 공개와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제공된 정보를 두고 확진자를 비난하는 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SNS나 온라인 카페에서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유하며 확진 환자들의 이동 행위 자체를 비난하거나 이를 토대로 억측을 난무하고 있다.
동선이 공개된 기사 댓글에는 "증상 나타났는데도 돌아다닌 무개념",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실명 공개까지 해야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을 것", "이 시국에 돌아다니는 이기적인 인간" 등 확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사생활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보 공개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9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확진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확진 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 환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 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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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비난 행위는 확진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신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낙인효과'까지 더해져 심리적인 상처를 입게된다"며 "악플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불안 증세는 대인기피증,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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