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뮤지컬 '안테모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예쁘게 꾸민 무대, 그리고 등장인물 중 악인이 없다는 점이다.


안테모사(Anthemoessa)는 세이렌 신화에 등장하는 꽃으로 뒤덮힌 낙원의 섬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세일렌이 사는 곳으로 묘사돼 있다. 반면 고대 로마 시인 버질은 세이렌이 살았던 곳은 '사이레눔 스코풀리(Sirenum scopuli)'라는 바위섬이라고 썼다. 뮤지컬 '안테모사'의 작가 오혜인은 바위가 아닌 꽃을 선택했다.

극 중 안테모사에 사는 세 여인 '페이시노에', '텔레스', '몰페'는 세이렌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여인들이다. 다만 이 여인들의 관계가 자매인 이야기도 있고 모녀인 이야기도 있다. 그 숫자도 세 명 혹은 네 명, 일곱 명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오혜인 작가는 두 할머니 페이시노에와 탈레스가 버려진 소녀 몰페를 키우는 내용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세이렌 신화는 전해져 내려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재창조됐다. 세이렌의 겉모습과 관련해서도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물고기의 모습인 것도 있다. 어떻게 보면 분명하게 알려진 내용, 실체는 없는 셈이다.

뮤지컬 '안테모사'는 분명하게 전해진 실체가 없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듯 하다. 우편배달부 '제논'은 막연히 주변의 말만 듣고 안테모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편지를 전하러 갔다가 실제로 만난 그들은 무척 따뜻한 사람들이었고 제논과 몰페가 조금씩 서로에 대한 감정을 싹틔워가는 내용이 뮤지컬 '안테모사' 이야기의 뼈대다. 몰페 역시 같이 사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만 듣고 막연히 인간 세상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다 직접 인간이 사는 세상을 경험한 뒤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안테모사'에 대해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나를 정의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리뷰] 악인이 없는 판타지 동화, 뮤지컬 '안테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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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설인 연출은 '안테묘사'를 한 마디로 판타지 동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뮤지컬은 꽤 순수한 마음을 갖고 관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 '제이제이'는 극 중 안테모사 인물들을 위협하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제이제이는 안테모사를 철거하기 위해 사람들을 동원해 데려갔다가 막상 몰페가 사는 오두막이 너무 아름다워 철거할 마음을 갑자기 바꾼다. 갈등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입장이 다소 황당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뚜렷한 악인이 없다는 점은 뮤지컬 '안테모사'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인다. 첨예한 갈등이 보이지 않기에 극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이렌 신화의 인물과 배경만을 가져와 진실을 전하는 우편배달부와 연결해 하나의 동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왜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한 창작뮤지컬 두 작품 중 하나로 '안테모사'를 뽑았는지도 납득이 된다. 제이제이가 황홀경에 빠질 정도 이쁜 무대와 안무, 노래 등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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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서 제노사 애벗 역을 맡아 소녀적 감성을 표현한 강지혜는 주인공 몰페의 동화적 감성을 훌륭하게 전달하는 느낌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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