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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죽었다" 서울 혜화역서 '페미사이드' 규탄 집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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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결별·만나주지 않아… '여성' 살해
지난해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 89.2%
여성들, 여성 살해 '페미사이드' 집회 예정
주최 측 집회 참석 인원 1,500명 예상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집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집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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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가 좋지 않은 데도 오징어를 먹는다' , '상추를 봉지째 상에 놨다.'


여자가 남편에게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로 폭행을 당한 이유다. 여자는 9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또다시 폭행이 이어졌다. 상추를 봉지째 상에 놨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던 여자는 집 밖으로 도망갔다. 피를 흘리며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한 여성은 목숨을 구했다.


지난 2016년 7월 재판에 넘겨진 남자는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남편이 풀려난 뒤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의 장기에서는 약물이 검출됐다. 경찰은 남편의 이전 행동으로 미뤄 여자를 살해하고 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오징어를 먹었다는 이유로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로 폭행을 당하고, 상추를 봉지째 상에 놨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해 피를 흘리며 집 밖으로 뛰쳐나간 이 여성의 죽음은 이렇게 잊혔다.

그런데 이 여성의 죽음이 이렇게 잊혀도 되는 걸까. 이 순간 또 다른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을까. 이 물음에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대 몰카 편파수사 규탄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대 몰카 편파수사 규탄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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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사이드. 여성(female)과 살해(cide)의 합성어로 여성혐오적 살해, 동기와 이유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 살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976년 여성학자 다이애나 E. H. 러셀이 제1차 〈국제 여성대상범죄 재판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그의 저서 '페미사이드'에 따르면 페미사이드는 가부장제 구조 안에서 여성혐오적 사상을 통해 유발된다. 예컨대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있을 경우,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면 남성은 여성을 살해하게 된다.


내 소유물인 여성이 내게서 벗어나거나 다른 이에게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거나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페미사이드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


실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과 결별을 이유로, 남자의 만남 요청을 거부해서,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유로 여성들은 무차별 폭행 또는 살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2015년 살해되거나 살인미수 피해를 입은 여성은 2039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살해된 여성은 1002명,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여성은 1037명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전화가 지난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103명, △살인미수 피해를 당한 여성은 135명으로 이 중 78.5%(187건)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애인인 경우가 9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편 86명, 주변인 51명, 기타(교제나 성적인 요구를 하는 관계) 5명 등이었다.


남성 가해자가 밝힌 범행동기는 피해 여성이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 63건이었고 △싸우다가 우발적으로(59건) △다른 남자를 만났거나 배신이 의심돼서(22건) △무시했을 때(14건) △성관계를 거부해서(3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다툼의 원인은 △아내가 시댁에 가지 않아서 △자신(남성 가해자)보다 늦게 귀가해서 △상추를 봉지째로 상에 놓아서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등으로 나타났다.


또 강력범죄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으로 조사됐다. 검찰청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은 89.2%로 2000년 강력 사건 전체 피해자 8765명 중 71.3%(6245명), 2011년 2만8097명 중 83.8%(2만3544명)로 늘었다.


"여자라서 죽었다" 서울 혜화역서 '페미사이드' 규탄 집회 열린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페미사이드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들이 서울 혜화역에 모인다. 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이화동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페미사이드 철폐시위'가 열린다.


'익명의 여성'에 의해 주최되는 시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폭력과 여성혐오적 범죄를 비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를 규탄할 예정이다. 시위 참석 복장은 검정색이다. 시위에는 여성만 참여가능 하다.


주최측은 이 집회에 1000명에서 1500명의 인원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지난 두 달 동안 한국에서는 두 명의 여성이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고 구씨와 설리씨를 언급하면서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둘은 명백히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고 규탄했다.


또 "한국에서는 불법촬영, 리벤지포르노(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배포되는 음란물),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기사가 매일같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피해자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에 기반한 혐오범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미사이드 시위는 칠레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온두라스, 아르헨티나 등에서 시위가 열렸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터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열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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