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같이 학교에서 MBA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쉬는 시간에 타는 목을 적시려 휴게실로 향하는데 한 학생이 따라왔다.
학교 위치상 남동공단에 있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분이 많은데, 그중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던 학생이었다. 자신의 사업장에 한번 들러 전체 프로세스를 훑어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책과 논문으로 배운 이론과 지식이 전부인 나에게 견학은 늘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일찍 해당 공장을 방문했고, 학생은 공장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며 전체 생산 과정을 알려줬다. 특히 품질을 관리하는 부서에 가서는 그 설명이 더욱 길어졌다. 남동공단에 있는 사업체 중 자신의 회사만큼 품질이 좋은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공장을 둘러보던 중 한편에 쌓인 무수한 팔레트 위의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배송을 앞두고 있다기엔 그것들은 그곳에 꽤 오래 쌓여 있던 것처럼 보였다. 한 달 전에 납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둔 제품들이 거래처가 끊기면서 방치된 채 있다고 했다. 분명 자신들의 물품은 품질이 좋아 계속 납품할 것으로 여겼지만 해당 거래처 측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경쟁 업체와 계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쟁 업체는 본인의 업체보다 품질이 낮은데 왜 그 업체와 계약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독점이나 과점이 아닌 모든 산업군 내에서 경쟁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 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혁신은 '제품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앞선 이야기처럼 '품질'에만 신경을 쓰는 제품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영국 크랜필드대학에서 MBA 강의를 진행하는 그레이엄 클라크(Graham Clark)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제품 경쟁'과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경험 경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둘을 각각 x축과 y축으로 두고 사분면을 만들어 이 중 제품 경쟁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경험 경쟁에서는 지는 거만과 안일 포지션에 대해 설명한다.
해당 포지션에서 기업은 타사 대비 훌륭한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은 제공하지만 고객을 다루는 방식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한 고객 경험이 불량하다. 이는 특히 전문적인 서비스에서도 나타나는데 본인 기업의 전문성을 믿고 오만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타사 대비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기능이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소비자에게 불쾌한 경험을 준다면 해당 기업은 고객을 왜 잃는지도 모른 채 자멸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학생은 과거 해당 거래처에 물량이 몰려 급할 때 납품을 빨리해주지 않고 품질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정해진 납기에 공급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본인 회사 제품의 품질만 믿고 거래처 관리에 소홀하진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여러분도 본인의 사업장을 둘러보라.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불친절한 가게에 가지 않듯이, 제품만 뛰어나다고 해서 고객이 찾지는 않는다.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고 고객에게 거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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