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이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정부가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6일 전격적인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강화였고,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들은 동반 하락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답답하다"고 했다. "우리는 원하는 게, 그 쪽(부동산)에서 기업 쪽으로 가야 되는데. 그 쪽(기업)으로 좀 가서 주가도 오르고 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좋다. 은행들이 지금까지 부동산 대출로 수익을 냈다면, 그것은 금융의 역할이 아니지 않겠느냐." 1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그동안 부동산 관련 대출에 치중해 있다보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가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초기 자금 부족으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금융이 마중물을 부어주면 '계곡'을 건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한시적으로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이 제도를 통해 모두 68건을 지정한 바 있다.
이런 노력에 비해 은행은 여전히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여전히 은행은 담보 및 보증대출 등 이자 수익 중심의 전통적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금융과 동산금융 비중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여신평가 모델이 아직 은행권의 여신시스템에 내재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계"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 출연금 제공 등을 바탕으로 은행 간 소모적 경쟁" 은 위원장이 지난 12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들이다. 하나 하나 뼈를 때리는, 강한 질타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은행과 당국 간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는 '관치'다. 민간 은행의 경영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원칙이다. 당국의 이런 메시지는 은행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의 역사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은행에 공적인 목적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까지 요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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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한정된 자산이다. 그 한계성은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은행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정부는 생산적인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금융은 경제 활동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어느 곳이 더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하느냐는 질문 앞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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