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명도 아슬아슬한 한국 출산율, 전세계적으로도 전에 없던 기현상
기존 실패한 인구정책 강화보다는 개방적 정책기획으로 新방식 찾아야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대응 위해 정책 사령탑으로 인구 부총리 필요
주체 변해도 내용 이어지도록 법제화, 기업이 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왜 안 낳을까. 고민은 여기서 끝이다. 어떻게 하면 낳을까는 없다. 현안이 바빠 고민한 듯한 시늉만으로 할 일은 했다는 투다. 게다가 꼬인 실타래처럼 만만찮게 어려운 숙제다. 지레짐작 대책을 떠올려본들 칭찬은 없고 비난만 난무하니 잘해야 본전이다. 피하고 미루는 게 상책이다. 이 방식은 꽤 효과적이라 전승되듯 학습된다. 나서본들 좋은 소리 못 듣고 고달파지니 최대한 엎드리고 웅크린다. 차라리 왜 안 낳을지 머리쓰기보단 눈앞의 당리당략에 직결되는 손쉬운 이권사업이 먼저다.
우이독경이되 또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없다. 먼 일이 아닌 조만간의 경고다. 특별추계에서 확인되듯 쌓아둔 사회보험 곳간이 헐릴 날은 계속해서 앞당겨진다. 공포를 팔 생각은 없다. 충분히 놀랍고 무섭다. 현실이 지옥인데 어줍잖은 공포는 팔릴 리 없다. 몰라서 그렇다면 어이상실이다. 저출산(인구감소)의 재앙은 가까이 있다. 과소농촌은 신음을 넘어 코마상태다. 사람이 줄면 어떻게 되는지 하루면 확인된다. 상상은 필요없다. 지방의 오늘은 한국의 미래다.
안 낳는데 어떡하냐 반문하면 직무유기다. 출산율 0.9명 선마저 아슬아슬해진 건 어떻게 평가한들 사태방관의 결과다. 엄청난 돈까지 퍼붓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더 그렇다. 상식적인 조직이면 일찌감치 고강도 귀책사유다. 더 이상의 느긋함은 곤란하다. 무뎌짐은 실로 무섭다. 방임과 무책임은 날선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지 말고 위정자의 책무를 다할 때다. 아들딸들에게 죄송한 사회를 물려줘선 안 된다. 황송한 죄는 짓지 않는 게 좋다. 지었다면 참회와 복구가 순서다.
노력은 했다. 없는 제도가 손에 꼽을 정도다. 별의별 정책이 다 있다. 형식적으론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효과는 기대 이하다. 인구정책이 백약무효라 불린다면 뭔가가 어긋나도 확실히 어긋났다. 금방 티가 안 난다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쉽게도 더 기다려줄 여유는 없다. 파장은 충분히 재앙ㆍ충격적이다. 잘못된 처방은 고쳐지는 게 옳다. 출산파업의 내성이 고착되면 대수술로 직결된다. 몸은 더 상하고 돈은 더 든다. 진료ㆍ처방과정의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절실하다.
새 문제는 옛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동서고금ㆍ사상초유의 한국적 저출산은 전에 없던 기현상이다.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 새로운 사회문제다. 대응했건만 별무효과란 점에서 꽤 복잡다난한 난제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행의 대응체계를 수정ㆍ보완하자는 얘기다. 설득력과 실효성이 희박해진 그간의 정책공정 패러다임을 개혁해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다. 가령 인구부총리처럼 부처초월의 상시리더십을 세우고, 정책입안도 현장단위가 맡는 식이다.
관건은 개방적인 정책기획이다. 그간의 대응정책은 편하고 쉬웠다. 기존틀을 깨지 않거나 더 세지는 방식이 환영받았다. 이익단체의 입김을 거스르는 정책은 논의되기 힘들었다. 기득세력의 이해조정부터 떠올리니 나오는 정책은 대개가 그만그만하다. 또 정책공정은 폐쇄적이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조차 쉽잖다. 일례로 출산하면 돈주는 출산지원금은 간편할뿐더러 이해조정의 위험조차 없어 손쉽게 채택된다. 지방자치단체의 92%가 따라하는 이유다. 주지하듯 성과는 낮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따지면 실패다. 와중에 귀찮고 낯선 정책은 시도조차 무력화된다.
이제는 바뀔 타이밍이다. 그간의 정책생산을 개방ㆍ민주적인 공감ㆍ합의로 대체해볼 때다. 정관(政官)협의체에서 출산당사자로 무게중심을 옮겨주는 게 바람직하다. 책상머리의 상상력은 현실세계의 엄중함과 괴리되는 법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거액을 써놓고도 성과가 없다면 내려놓고 둘러보는 게 당연지사다. 제 돈이면 어림도 없을 일을 관행처럼 해놓고 나몰라라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자면 청년을 정책단위에 넣는 게 우선이다. 낳을 이들이 정하는 게 맞다. 그래야 공감되고 설득된다.
이때 중요한 게 리더십이다. 기존이익에 휘둘리고 꺾이는 리더십은 피곤할 만큼 경험했다. 그 피로감이 한국사회를 무관심으로 내몰았다. 필요한 건 인구문제에 맞선 강력한 실천지혜와 강고한 체계수립의 능력ㆍ의지를 지닌 리더십이다. 그나마 무소불위 권력의 대통령제라 다행스럽다. 적어도 임기초반 1~2년은 못 풀 문제가 없다. 리더십의 영(令)이 설 때 인구문제는 얼마든 해결단초가 찾아진다. 핑계와 변명은 리더십 앞에 설 땅이 없다. 청년은 이런 리더십일 때 화답한다. 기회는 선거에 있다.
인구부총리는 문제해결의 키를 쥘 상징사례다. 정책공정의 사령탑으로 반짝이슈가 아닌 지속대응을 전담할 새로운 체계를 뜻한다. 실권을 쥘 부총리가 아니면 실효적인 출산정책은 나오기 어렵다. 저항과 반발도 이 급은 돼야 통제ㆍ관리된다. 부처초월은 물론 이익초월의 로드맵도 이럴 때 실현된다. 인구문제가 복합ㆍ포괄적이란 점에서 설치근거는 충분하다. 의지가 없지 상황은 익었다. 가능하면 선진국처럼 제도를 개혁해 추진주체가 변해도 내용변화가 없도록 못을 밖는 방법도 권유된다.
이 정도면 기업은 저절로 움직인다. 채찍과 당근으로 출산환경 개선작업에 기업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인구대응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ㆍ시장에 달렸다. 정책이 판을 깔고 힘을 넣어도 마침표는 기업몫이다. 고용안정이 출산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변수인 까닭이다. 기업도 시대의제에서 비켜설 수 없기에 출산장려를 위한 고용환경 개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길게 보면 출산회복이 기업에도 좋다. 우호적인 수요확보ㆍ시장조성에 실효적이다. 정책이 끌고 기업이 밀면 가속도가 붙는다.
그럼에도 성과확보는 쉽잖다. 획기적인 인식전환ㆍ방법수정일지언정 효과확인까지는 시간소요가 불가피하다. 워낙 후속세대의 배신ㆍ박탈감이 깊고 넓어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확실하고 실효적인 새로운 접근방식이 절실하다. 더 늦어지면 문은 완전히 닫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는 용납되기 어렵다. 꼬여버렸다고 내려놓지 말고 단호하고 묵묵히 설득하고 제안하는 게 최선이다. 혼선이 있겠으나 실패반복보단 낫다. 앞날을 걱정하는 건 기성세대의 역할ㆍ의무다. 지옥에 후세를 남길 이는 없다. 결혼이 즐겁고, 출산이 신나며, 양육이 재미난 사회가 건강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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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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