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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한지의 숨결④] 고급紙 자부심 뿌리깊은 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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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의 현주소
<중> 전통이 낳은 종이명가
유럽종이 원산지 伊 파브리아노 가보니

유네스코(UNESCO)는 일본의 전통제지 방식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여전히 과거 방식대로 종이를 만드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파브리아노는 문화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모두 한지(韓紙)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데서는 앞서 있다. 아시아경제는 두 나라 전통종이 명가를 찾아 전통에 대한 해석, 우리 한지의 갈 길에 대해 살펴봤다.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에 있는 과거 제지기계. 파브리아노는 13세기 무렵 유입된 제지기술을 자체적으로 개선, 고유의 종이를 만들어 지금까지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에 있는 과거 제지기계. 파브리아노는 13세기 무렵 유입된 제지기술을 자체적으로 개선, 고유의 종이를 만들어 지금까지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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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아노(이탈리아)=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영국 와트만, 프랑스 아르쉬와 함께 3대 고급 미술용지를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과거 제지공장을 활용해 전시공간으로 쓰고 있는 파브리아노재단과 종이박물관, 기계지 생산공장 등 종이의 역사가 지금도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의 조르지오 펠레그리니 관장은 "1200~1300년대 들어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이 늘면서 책이 많이 필요해졌고 양가죽보다 싸고 편리한 종이수요 역시 급격히 늘며 파브리아노는 수백년간 유럽 내 최대 종이 생산지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제지 기술의 혁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종이마다 고유의 문양을 반투명하게 표현하는 워터마크를 처음으로 도입한 곳이 파브리아노다. 지금은 화폐에 주로 사용된다. 종이의 방습ㆍ방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젤라틴을 사용한다. 현재 만드는 종이에도 과거 사용했던 기법들이 그대로 사용된다. 전문가 용도의 화지나 고가의 한정판 도서, 엽서 등 기념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펠레그리니 관장은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고급종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2년마다 전통종이를 활용해 젊은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의 조르지오 펠레그리니 관장이 이탈리아 제지기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의 조르지오 펠레그리니 관장이 이탈리아 제지기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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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와 산업화 철저하게 분리
품질낮은 종이 외국서 수입해 쓰고
전통방식 생산 종이는 고가로 수출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의 프랑코 리브라리 장인이 전통방식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다. 전반적인 과정은 한지와 비슷하나 원료나 방습처리제 등 일부는 다르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의 프랑코 리브라리 장인이 전통방식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다. 전반적인 과정은 한지와 비슷하나 원료나 방습처리제 등 일부는 다르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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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박물관이 전통을 이어가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한다면 기계식 설비를 갖춘 인근 제지공장에서는 전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다양한 종이를 만든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종이류 수출입의 경우 물량으로는 수입이 더 많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수출이 6%가량 더 크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품질이 낮은 일반 종이는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반면 이탈리아에서 만든 종이는 고가로 해외에 수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750여년간 이어온 제지술은 중요한 마케팅포인트다. 파브리아노재단의 경우 창업자 피에트로 밀리아니가 지역 내 흩어져있던 공방 수준의 소규모 제지공장을 하나로 모은 1782년부터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2002년 이탈리아 양대 제지업체로 꼽히는 페드리고니에 인수된 이후에도 기존 이름을 그대로 쓴다.


파브리아노재단의 리비아 파지오니 코디네이터는 "100여년 전 내놓은 '로마'라는 브랜드의 종이는 현재까지도 같은 수제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여전히 찾는 이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펠레그리니 관장은 "수제냐, 기계식이냐에 따라 종이의 질이 차이가 나는데 그림이나 판화작업을 하는 이들은 수제작 종이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전통적인 제지방식을 유지하며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브리아노재단의 리비아 파지오니 코디네이터가 과거 제작된 책과 종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782년 공장이 설립된 후 초기 무렵 거래내역을 기록한 문서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파브리아노재단의 리비아 파지오니 코디네이터가 과거 제작된 책과 종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782년 공장이 설립된 후 초기 무렵 거래내역을 기록한 문서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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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워터마크를 찍어내기 위한 틀. 종이에 워터마크를 새긴 건 이탈리아 파브리아노가 처음이다. 해마다 다르게 하거나 특정 용도 전용의 워터마크를 개발, 제작연도나 용처를 알 수 있다. 파브리아노재단은 옛 제지공장을 전시공간으로 활용, 과거 제작과정에서 썼던 기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워터마크를 찍어내기 위한 틀. 종이에 워터마크를 새긴 건 이탈리아 파브리아노가 처음이다. 해마다 다르게 하거나 특정 용도 전용의 워터마크를 개발, 제작연도나 용처를 알 수 있다. 파브리아노재단은 옛 제지공장을 전시공간으로 활용, 과거 제작과정에서 썼던 기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 파브리아노=최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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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파브리아노(이탈리아)=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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