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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석국열차'와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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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정치부장

정완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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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장] 권력누수를 의미하는 '레임덕'은 참으로 위험한 존재다. 침묵의 살인자처럼 은밀하게 자리를 잡는 암(癌)과도 같다. 사전 예방조치나 정밀한 진단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인지도 못한 채 당하기 마련이다.


정권마다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기울이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레임덕이 항상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부터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인지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인지 부조화' 증상에 빠져 레임덕 현상을 부정한다. 평소 신념이나 믿음이 합리적인 결론과 모순되는 현상에 빠지면 기존 입장을 선택하게 된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불가피하다고 합리화를 한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아닌 사안에 대해 자신이 옳다는 주장에 빠져든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조화의 원리'다.


레임덕을 겪은 역대 정권은 대부분 인지 부조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도는 항상 바닥을 쳤다. 레임덕의 공통점 중 하나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권의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부터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순실까지 돌아보자. 대통령 최측근의 권력형 비리가 레임덕의 발단이었다.

두 달여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가 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막을 내렸다. 사퇴 이후 어떤 형태로 여파가 이어질지는 모르나 아직 2막과 3막은 끝이 난 것이 아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을 임명한 순간부터 레임덕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불통과 오만의 정치를 펼쳐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권은 당연히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레임덕이 온다고 판단했다. 개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조국 수호'의 공성전을 펼친 배경이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을 상징하는 최측근이 바로 조 전 장관이다. 가족 일가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 전 장관이 권력형 비리로 엮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최측근인 조 전 장관의 임명 이후 레임덕 논란이 불붙었다는 사실이다. 아직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혹자는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은 조국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조국 카드를 던지라는 호소였다.


레임덕 논란을 반영하는 추세가 바로 여론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해 어느덧 대선 득표율(41.1%) 수준까지 다가섰다. 물론 유권자의 투표를 기준으로 한 대선 득표율과 일반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권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될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여권 내에서는 벌써부터 '인적쇄신론'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 때문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이 집권 후 처음으로 자유한국당에 역전당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비상이 걸린 셈이다.


아무리 견고한 댐이라도 작은 틈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인정을 하든 말든 물은 이미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레임덕인지 아닌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난 것 자체가 위험 신호인 탓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가 검찰개혁의 환상적인 조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석국열차'가 탈선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레임덕을 사전에 인지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레임덕이 치명적이다. 권력이 알아채기도 전에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완주 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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