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 22일 카카오뱅크가 진행한 연 5% 이자 예금 특판 이벤트는 저금리 시대의 ‘금리 노마드’ 현상이 온라인에서도 빚어지고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일대 사건이었다. 금리 노마드는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주는 예금에 가입하려 여러 은행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새마을금고나 지역 농협 등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높은 금리를 주는 예·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갈게 줄을 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28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카오뱅크 5% 정기예금 특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몰린 사전 신청자는 106만854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실제 가입에 성공한 고객 수는 1383명으로 경쟁률이 772대1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22일 오전 11시를 전후로 서버에 동시 접속한 숫자도 공개했다. 이날 오전 10시 59분 59초에 3만207명이 접속했고, 11시 00분 00초에 3만6495명, 1초 뒤 4만236명, 2초에 3만1067명이 가입 신청 버튼을 눌렀다. 4초 사이에 12만5명이 이른바 ‘광클(미칠 광(狂)과 클릭의 합성어로 미친 듯이 클릭하다는 뜻)’을 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이벤트 개시 시점(11시 00분 00초)의 서버 동시 접속자가 4만명 이상인 상황이었으므로 접속 고객이 모두 신청했다는 전제 하에 개시와 동시에 선착순으로 총 1500명을 끊어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버에선 초 단위를 더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어 동시 접속자 중에서도 빠른 순으로 신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후 11시까지 예금 가입 절차를 밟도록 했는데 117명이 가입을 하지 않아 최종 가입 인원은 1383명, 가입 금액은 113억2710만2265원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도였던 100억원보다 약 13억원 초과한 것이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약 819만원이다.
카카오뱅크가 5% 이자를 주는 특판을 판 건 출범 2년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돌파해서다.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지난 21일 기준 1017만6177명으로 파악됐다. 가입자는 실명인증을 거쳐 카카오뱅크에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한 고객 수를 기준으로 한다.
판매 시작과 동시에 상품이 마감됐다는 소식에 일부 고객들은 놀라움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어떻게 100억원이라는 한도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느냐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뒤늦게 나마 사전 신청자와 선착순 인원, 최종 가입 인원 및 가입금액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은행업을 영위하는 카카오뱅크는 고객 신뢰 확보라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벤트로 인해 41분간 은행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빚어졌다는 점도 카카오뱅크엔 아픈 상처로 남았다. 금융은 신뢰를 근간으로 한다. 단순한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닌 진정한 금융산업의 ‘플레이어’로써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깜짝 이벤트가 아닌 참신하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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