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양자협의 전략 전면 수정 필요"

"통상문제는 결과, 외교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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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오는 12일 일본과 양자협의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통상 전문가들은 '외교'에서 한ㆍ일 무역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가 나서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실무자에게 맡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10일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발단은 과거사 문제로 누적된 불만이 통상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며 "외교적 사안에 대해 서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 통상 문제는 자연스럽게 철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평가해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을 '이란이 경제 제재를 푼다면서 핵무기를 빼고 경제 문제에 한정해 미국과 협상하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한일 양자협의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단 대화의 장은 마련됐다. 오는 12일 한일 양자협의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16년 6월 이후 약 3년 만이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공식 발표한 지 11일 만이다. 이에 대해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한일이 강(强) 대 강(强)으로 맞서면 장기화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양쪽 다 피해가 커진다"며 "양국이 서로 피해오다가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양자협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허 원장은 "일본이 통상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산업통상 주무 부처가 이를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다선 의원이나 외교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일본은 '정식 협의'가 아니라 실무급에서 규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 해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미국의 중재' 카드에 대해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중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일본의 조치는 최소한 워싱턴DC의 묵인하에 결정됐을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이번 보복 사태는 미ㆍ일의 합동 경고로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순진하게 미국을 방문해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려 하는데, 이는 아마추어적인 판단력과 외교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힘에 의한 양자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아베 총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보호주의적 조치에 대해 얘기(지적)하기에는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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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것을 다른 정부가 들어서서 뒤집으면 상호 신뢰 상실이나 국제조약 미준수 등의 문제가 생긴다"며 "이번 협의에서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상호 입장을 수용하는 진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 교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국제중재 수용을 꼽았다. 그는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서 이미 양국이 국제중재를 통해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해놨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 입장을 떠나 국제적으로 볼 때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국제중재로 이행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인데 (이번 양자협의를) 실무 차원의 만남으로 미뤄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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