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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가 부른 ESS 화재…정부, 뒤늦은 안전대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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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부실·설치 부주의 등 4가지 요인…ESS사업 재개로 관련업계는 숨통

'빨리 빨리'가 부른 ESS 화재…정부, 뒤늦은 안전대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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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2017년 8월 이후 전국 23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는 제조결함, 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SS 연쇄 화재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급속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안전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반년 가까이 중단됐던 ESS 사업이 재개되면서 관련 업계는 일단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사고 재방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및 산업생태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민관조사위는 사고 원인으로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ㆍ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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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락(접지)·단락(합선)에 의한 전기충격이 배터리 시스템으로 유입됐을 때 배터리 보호 체계인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 전류를 차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절연 성능이 떨어진 직류 접촉기가 폭발, 배터리보호 장치 내에 버스바(구리로 된 기다란 판으로 전선 역할을 함)와 배터리보호 장치의 외함(구조물을 둘러싼 함)에서2차 단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산지와 해안가에 설치된 ESS는 큰 일교차로 결로와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돼 배터리 모듈 내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먼지가 눌어붙고, 그러면서 셀과 모듈 외함 간 접지 부분에서 절연이 파괴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배터리 보관 불량, 오결선 등 ESS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거나 부품마다 제작업체가 달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보호되지 못했던점도 화재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 원인이 아닌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요소로 조사됐다.


민관합동위는 다수의 사고가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셀 해체분석을 시행한 결과, 1개 회사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결함을 확인했다. 다만 비슷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수행했으나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배터리를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위험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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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사고조사 결과를 반영해 제품ㆍ설치ㆍ운영 등 전주기에 걸쳐 안전기준과 관리제도를 개선해 화재예방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8월부터 배터리 셀은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발생을 예방하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또 현행 안전확인 대상인 전력변환장치(PCS)는 올해 말까지 안전확인 용량범위를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까지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ESS 설치기준을 개정해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별도 전용전물 내 설치토록 규정해 안전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특히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해 소화기구, 경보시설 등 소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ESS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을 올해 9월까지 제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상기 안전조치의 이행여부 확인을 위해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ESS 안전조치 이행 점검팀'을 구성해 사업장별 이행사항을 안내하고 확인ㆍ점검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사태로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우리 ESS 산업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며 "이번 ESS의 안전제도 강화 조치를 기반으로 우리 ESS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분야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피력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미래 신산업으로서 우리 ESS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화재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며 "미국, 일본처럼 늦더라도 속도보다는 안전, 기술, 절차 등에 초점을 맞춰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세계를 선도하는 ESS 강국으로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보다는 보호·운영 등을 문제로 제시하면서 삼성SDI, LG화학, 효성중공업 등 배터리 업체들은 하반기 정상 영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시스템 등 운영 문제인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하반기 다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체비용 등을 감안해 잡아놓은 충당금이 환입되면 그만큼 실적 개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ESS 화재 원인 발표에 대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생산 업체들은 화재 원인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 그동안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LG화학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7% 급감한 2754억원에 그치는 등 실적 악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ESS 부문에서만 12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났다. 삼성SDI 역시 ESS사업을 담당하는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1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52.2% 급감한 1188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보다는 운영ㆍ관리 상의 문제로 제시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하반기 정상 영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시스템 등 운영 문제인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하반기 다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체비용 등을 감안해 잡아놓은 충당금이 환입되면 그만큼 실적 개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ESS 화재 사고가 재현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사업의 안전성을 재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의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배터리에 충격 줄 수 있는 외부 시스템 까지도 들여다볼 뿐 아니라 사업주에게 설치 운영 상의 부주의까지 세심하게 조언하는 등 더욱 강건한 보호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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