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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갔다던 '구찌'는 어떻게 밀레니얼의 사랑을 되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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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98년 구찌 역사상 최대 전성기…에르메스·샤넬 제쳐
구원투수 마르코 비자리, 알레산드로 미켈레로 '구찌' 심폐소생
'리버스 멘토링'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1위

[출처=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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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최근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80억 유로(약 10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명품 빅3 샤넬(Chanel)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올해 1분기만 23억 유로(약 3조700억원)를 거두며 올해 총 매출 100억 유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찌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한물간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새로움 없는 식상한 디자인에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명품 시장의 호황에도 구찌는 부진한 매출로 경영난을 겪었다. 파트리치오 디마르코 당시 최고경영자(CEO)와 2002년부터 구찌를 이끌어왔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수석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는 결국 매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두 명의 구원투수 -마르코 비자리·알레산드로 미켈레

새로운 CEO로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가 선임됐다. 그는 스텔라 맥카트니에서는 흑자 전환을 주도했고, 보테가 베네타에서는 매출 규모를 두 배 이상 성장시키는 등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이미 패션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유명했다.

당장 프리다 지아니니의 빈자리를 메울 인물이 필요했다. 비자리는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임명했다. 구찌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12년 동안 일했지만 그는 패션업계에서 알려진 바가 없는 무명 디자이너였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유명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 패션업계 대다수 사람들은 우려를 표하며 구찌가 망할 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과 달리 마르코 비자리의 선택은 옳았다. 미켈레의 컬렉션이 발표된 이후 패션업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올드하고 식상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젊은 구찌'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 패션업계가 그에게 주목했다. 비자리는 당시 "미켈레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구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구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한다.


그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꽃, 나비, 벌, 새, 도마뱀 등 과하다 싶은 패턴에 다채로운 색채가 더해진 화려함, 여기에 구찌를 상징하는 클래식한 'GG' 로고를 붙였다. 촌스럽지만 세련됐고, 노골적이지만 자유분방한 디자인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현대적인 감각의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동시에 침체된 구찌의 매출도 승승장구했다. 미켈레의 컬렉션이 발표된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2%나 상승했고, 다음해에는 17%나 늘었다. 2017년에는 에르메스(Herm?s)를 제쳤고, 지난해에는 샤넬을 추월하며 세계 2위 명품 브랜드로 올라섰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퍼-프리 정책 / 구찌 플레이스 앱 [출처=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퍼-프리 정책 / 구찌 플레이스 앱 [출처=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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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디자인만큼 젊어진 경영

마르코 비자리는 경영 스타일도 파격적이었다. 임원들이나 선배들이 멘토가 되고, 신입사원이나 후배들이 멘티가 되는 기존의 방식을 깨고 35세 미만의 젊은 사원들이 임원진을 가르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를 시행했다. 임원회의가 끝난 직후 30세 미만의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위원회'를 만나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졌고, 35세 미만 직원들과 점심모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은 구찌 정책에 반영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에 맞춰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퍼-프리(Fur-Free)'를 선언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구찌 컬렉션에서는 밍크, 여우. 토끼, 너구리 등 모피제품이 사라졌다.


또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여행 앱(App) '구찌플레이스'를 론칭했다. 미켈레가 컬렉션에 영감을 받았던 장소를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도록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사용자는 구찌 앱을 통해 구찌 플레이스에 체크인하고 해당 장소의 배지를 받고 모을 수도 있다. 매 컬렉션마다 장소가 추가되는데, 올해에는 서울 대림미술관이 국내 첫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구찌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구찌 전체 매출의 55%가 3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자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변덕스럽고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고 한다. 하지만 구찌 고객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찌의 화려한 부활은 패션업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구찌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렌시아가와 생로랑은 구찌의 전략을 따라했고, 버버리는 20년 만에 로고를 변경하고 버버리의 상징 ‘체크’를 재해석한 디자인을 내놨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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