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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속도전 말고 제대로 짓자"…김정일 그림자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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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찾아
"속도에 치우쳐 날림 공사하면 안 돼"
"쫓기듯 속도전 말고 최상의 질 보장해야"
김정일이 강조한 '속도전' 병폐 극복 시도


왼쪽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일성 주석

왼쪽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일성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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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설현장을 찾아 '속도'이 아닌 '품질'을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래 북한이 강조해온 '속도전'과 거리를 둔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하시었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건설장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공사실적과 시공 정형(상황)을 구체적으로 요해(이해)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다른 건설대상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은 절대로 속도 일면에만 치우쳐 날림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면서 "50년, 100년 후에도 손색이 없게 매 건물들의 요소요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시공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해수욕 계절이 끝난 올해 당 창건 기념일까지 바삐 그 무엇에 쫓기듯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 기간을 6개월간 더 연장하여 다음해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까지 완벽하게 내놓자"고 주문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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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곳을 찾아 '속도전'을 다그쳤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그때는 "당 창건 75돌을 맞는 2020년 10월까지 앞당겨 끝내는 것으로 다시 계획을 짜고 무조건 완수하라"고 지시했다.

'속도전'은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의 한 방법으로서 최단 기간 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상의 성과를 이룩하는 사업방식을 의미한다.


용어는 1974년 2월당 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노력경쟁의 공식구호로 채택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일은 "당 조직들은 대중의 지혜와 창조적 열의를 적극 발양시켜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속도전을 힘 있게 벌여 대진군 운동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며 사회주의 모든 분야에서 속도전을 벌여나갈 것을 제기하였다.


이후 속도전은 '충성의 속도', '70일 전투 속도', '80년대 속도창조운동', '90년대 속도창조운동', '150일 전투' 등으로 확산됐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속도전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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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은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 강도의 강화를 통해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동원정책으로서, 부분적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속도전의 방식은 생산자원을 특정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한편 경제체제의 창발성을 억압함으로써 북한경제 침체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이후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유산을 지우려는 김 위원장의 노력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가령 지난달 6일 김 위원장은 '제2차 전국 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면서 '수령 신비화'를 금지했다. 과거 북한이 당 규약 등을 통해 수령을 마치 신적인 존재와 연결시키던 시도에 반대한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의 어떤 치부도 체제 유지에 해롭다며 감추기만 하던 데서 벗어나서 제한적이나마 매체를 통해 문제점을 비판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직접 노동당과 내각 간부들을 질책하는 내용도 대내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들에 비추어보면, 김 위원장의 '쫓기듯 속도전을 말라'는 지시는 선대의 유산과 결별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아울러 지난달 10일 치러진 북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 김 위원장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도 확인됐는데,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을 겸직하지 않은 것은 북한 역사상 처음이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과거에 최고지도자가 겸직하는 것을 당연시해온 대의원직을 김 위원장이 포기한 것은 그의 실용주의적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그의 도전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건설장도 현지 지도했는데, 여기서는 또 '속도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올겨울부터 온천장과 스키장을 운영할수 있게 건설속도를 다그쳤다"고 했다. 또 "대상공사를 제기일안에 무조건 끝내기 위한 단계별목표를 명백히 세우고 자재보장대책을 철저히 따라세워 공사를 순간도 중단없이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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