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여성, "한국 예능 프로그램인줄 알았다" 진술
[아시아경제 김지현 인턴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도안 티 흐엉은 몰래카메라 촬영을 권유한 남성으로부터 김정남을 ‘고용된 배우’로 설명 받았다고 진술했다.
31일 아사히신문은 당시 8시간에 걸쳐 이뤄진 도안 티 흐엉의 진술을 적은 11쪽 분량의 조서를 말레이시아 사법 관계자로부터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흐엉은 사건 발생 7주 전인 2016년 12월 초 하노이의 한 술집에서 ‘미스터 Y’라 불리는 30대 남성으로부터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다. 남성은 당시 흐엉에게 자신을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카메라맨으로 소개했고 실제 범행 현장에서는 김정남을 “상대 배우”라고 설명했다.
흐엉은 조사 과정에서 ‘미스터 Y’와 그의 상사라고 소개받은 또 다른 남성과 함께 한국 음식을 먹고 노래방에서 놀면서 친해졌다고 털어놨다. 흐엉은 ‘미스터Y’로부터 “출연료를 얼마나 원하냐”고 묻는 말에 “1000달러”라고 답하고는 번호를 교환했다. ‘미스터Y’는 흐엉이 출연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람 얼굴에 (장난으로) 액체를 묻히는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인 2017년 2월13일에 ‘미스터Y’는 흐엉에게 김정남을 두고 “중요한 촬영이라 배우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흐엉의 손에 ‘노란 빛이 도는 오일’을 떨어뜨리고 행동을 지시했다. 당시 흐엉의 손에 묻은 오일은 독성물질인 브이엑스(VX)다. 흐엉은 브이엑스를 손에 묻히고 김정남의 뒤로 다가가 눈을 만졌다. 이후 손바닥으로는 얼굴을 문질렀다. 흐엉은 “배우가 놀라 돌아봤기 때문에 얼굴 전체에 바르지는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엉은 이후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공항에서 계속 촬영할 것”이란 ‘미스터Y’의 말을 떠올리고 그를 기다렸다. 흐엉은 ‘미스터Y’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틀 뒤인 15일 그를 찾기 위해 공항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흐엉은 “미스터Y가 15일까지 공항에서 촬영한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그를 찾으러 갔다”고 진술했다. 흐엉은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에 “미스터 Y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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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독성물질인 브이엑스를 발라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지난 11일 흐엉과 같은 혐의로 기소했던 시티 아이샤에게는 공소를 취소하고 석방했다. 하지만, 흐엉에 대해서는 4월1일 재판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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