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북ㆍ미의 잔치’는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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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되고 말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부분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의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뜻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결렬 뒤에도 북한 비핵화 전략과 관련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고수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빅딜', 다시 말해 대량살상 무기의 완전한 폐기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과학자연맹(FAS)은 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대북정책에 관한 국제 연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단기간에 달성하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비현실적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북한과 신뢰관계를 쌓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핵확산 금지 목표를 유지하되 시간을 갖고 대북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 영구적인 외교통로 설치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특정 조치를 취할 때마다 미국도 대북제재의 부분 해제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북한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합의를 꺼린 걸까. 무엇보다 그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다. 1차와 2차 정상회담 사이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지난해 11월 6일) 결과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했다. 하원의 주도권을 쥔 민주당은 2차 정상회담 첫날인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 고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로 여론잡기에 성공했다.


코언은 러시아 게이트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행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해 미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바야흐로 민주당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환경의 급변에 따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권 사항인 외교로 득점하고 싶겠지만 민주당의 제동이 문제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요구 수준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먼저 다 내놓아야 우리도 내주겠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힘든 현실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김 위원장에게는 달갑지 않은 퇴보인 셈이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대1로 타협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노비코프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8일 리아노보스티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운명을 되풀이할 사람 같진 않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개방정책과 군비축소에 나서 결국 소련의 붕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노비코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이런 시나리오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분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top downㆍ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로 이행하는 것)'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북한에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지금 미국 내 정치상황, 특히 의회를 둘러싼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와 1대1로 담판하는 전술은 믿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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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정상회담 이후 이어져온 '북미의 잔치'는 이제 끝났다.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협상 테이블은 두 정상이 냉정한 전문가들과 함께 앉는 테이블로 바뀌어야 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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