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충주성심학교의 실내야구 연습장은 지난 주말에도 연습을 나온 야구부학생들로 북적였다.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는 모습은 일반 야구연습장과 같다. 하지만 여느 야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잘했어"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나이스 캐치" 등의 고함은 들리지 않는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연습 중간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손짓 발짓으로 대화한다.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원들은 청각 장애우다. 박상수 감독(47)은 현역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뒤 2003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OK저축은행배 농아인야구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달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서 3위를 한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달 22일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전 패배로 사기가 떨어진 OK저축은행 배구단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구단주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선수들 앞에서 최 회장은 "4차전에서도 패배한다면 우리 팀 유니폼 색깔인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최 회장 특유의 어법이었다. 최 회장은 또 V리그 우승시 선수들에게 상품으로 주기로 했던 고급 시계를 미리 전해줬다. 2연승 뒤 1패를 당해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던 OK저축은행은 '구단주의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하는 불상사(?)'를 막고 V리그 2연패를 거머쥐었다.
최 회장이 스포츠에 각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프로야구 스타 선동열 선수 때문이다. 1996년 당시 일본으로 진출한 선동렬 선수를 나고야에서 우연히 만난 뒤 두 사나이가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선동렬 선수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일본선수들 틈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일동포 3세로 일본에서 차별받으며 자라난 어린시절을 떠올렸다"는 최 회장은 이후 선동렬 선수와 이종범, 이상훈 선수 등 일본으로 진출한 야구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스포츠 스타들은 재일교포 청소년들의 롤모델이자 이들이 일본사회에서 차별을 이기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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