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난치성가려움증센터 출범
피부과 중심 다학제 진료과 협진
정밀진단·맞춤치료 원스톱 제공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면 주변에서 '아프겠다'고 하는데, 가렵다고 하면 '그냥 참아'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실제로는 잠을 못 이루고, 심한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지는데도요."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신관 2동 1층에 자리 잡은 난치성가려움증센터 진료실 앞 대기 좌석에는 공식 출범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음에도 적지 않은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 교수)은 센터 내부를 직접 안내했다. 가려움을 '참을 수 있는 불편'이 아닌 '치료받아야 할 질환'으로 접근하는 국내 첫 다학제 협진 전문 센터인 이곳은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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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내과·신경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정신건강의학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갖췄다. 원인 규명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가려움증 환자, 전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국소 스테로이드제·항히스타민제 치료에도 4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심한 가려움과 수면장애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 ▲피부 병변 없이 전신 가려움만 나타나는 경우 ▲중등도 이상 아토피피부염이나 결절성양진처럼 생물학적제제·표적치료가 고려되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만성가려움증 환자 중에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면서 수년에서 수십 년간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증상만 억제하기보다 생활 습관과 약물, 전신질환 여부까지 함께 평가하는 정밀진단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만성가려움증은 피부질환뿐 아니라 간·신장·갑상선질환, 알레르기와 면역 이상, 신경계 질환, 혈액종양 등 전신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약·이뇨제·진통소염제·항암제 등 약물이 원인인 경우도 있어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임상적으로는 ▲아토피피부염·건선처럼 피부 병변이 동반되는 피부질환성 ▲갑상선질환·만성신장질환 등 피부 병변 없이 나타나는 전신질환성·신경병증성 ▲반복 긁기로 결절이 형성된 이차 피부 병변성으로 구분한다. 가려움이 발생하면 긁게 되고,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증폭되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을 조기에 끊지 못하면 만성화·중증화로 이어진다. 노인성 가려움증도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노년층은 피부장벽 기능 저하에 더해 감각신경 변화, 면역노화, 다약제 복용,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단순 피부노화가 아닌 '복합질환'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만성가려움증 환자의 등에 첩포검사지를 붙이고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만성가려움증 환자의 등에 첩포검사지를 붙이고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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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증상 양상과 악화요인, 복용 약물, 생활환경, 동반질환을 종합 평가한 뒤 혈액검사·피부조직검사·첩포검사·피부 장벽 검사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이후 2~4주 간격으로 치료 반응을 평가하며 치료 전략을 조정한다. 핵심은 첩포검사다. 염색약·금속·향료·세제·화장품·고무 등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생활 속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오랜 기간 반복 치료에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만성가려움증 환자에서 진단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치료는 기존 항히스타민제 중심에서 벗어나 면역·신경 경로를 직접 표적으로 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결절성양진·노인성 가려움증 환자에게는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와 엑시머레이저 치료를 적용하고, 피부염증을 완화하는 파장의 LED 치료를 한다. 또 면역반응과 염증 유발 신호를 조절하는 JAK 억제제, 특정 면역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 가려움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오피오이드 수용체 조절 항소양제, 신경계의 과도한 가려움 신호를 완화하는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항소양제 등을 적용하고 있다. 센터는 정밀 맞춤 치료와 임상연구를 연계하는 원스톱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김 센터장은 "난치성가려움증 치료는 왜 가려운지를 찾은 뒤 치료 반응에 따라 전략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환자 레지스트리 구축과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 난치성가려움증 표준 진료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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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환자 진료뿐 아니라 환자 임상데이터 표준화 구축, 질환별 교육자료 개발, 지역 의료기관 대상 학술 교류 등을 통해 진단 정확도와 치료 접근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동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장은 "이번 센터 개소는 수십 년간 원인도 모른 채 만성 가려움증으로 고통받아온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자가 더 이상 홀로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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