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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죽여버려'막말…역대급 욕설 경쟁자는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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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거친 입'들의 거품史…이젠 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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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공천 살생부' 논란이 일자 김무성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녹취록이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부터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치인의 욕설이나 막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가 고상할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하지만 힘깨나 있다는 이들의 속된 말을 듣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왜 정치인은 욕설을 하는 것일까.

윤 의원은 지난달 27일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다 죽여"라고 했다고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 버리려 한 거야"라는 등의 격한 표현도 했다.
윤 의원은 당 대표를 '죽여버리고', '솎아내야'한다고 말 한 배경에 대해 "지난달 27일 아침 신문을 통해 김 대표께서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말을 김 대표가 직접 했다는 뉴스를 접한 상태였다"며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런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격분해 억울함을 호소하던 중 거친 언사를 했다는 얘기다.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치인이 욕 나오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는 1997년 출간된 욕에 대한 그의 저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에 "욕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 이성이나 이치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에 기겁한다"고 썼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친박 핵심이 김 대표에게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전달했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 이성이나 이치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야권에서도 윤 의원과 비슷한 말로 구설에 오른 사례가 있다. 2010년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지역 결의대회'에서 "헛소리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한나라당은 "저질 막말 발언은 국회의원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마땅히 사퇴로써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 때도 등장하는 김무성 의원은 "이런 사람은 정계를 떠나야 하고, 국회 품격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라는 말도 나왔다.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는 뜻이다. 말조심하라는 격언 치고는 꽤 섬뜩하다.
욕설이 잦은 사람을 가리켜 '입에 걸레를 물었다'는 표현을 쓴다. 그 만큼 말이 지저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걸레 입장에서는 섭섭한 말이다. 걸레는 더럽기 때문에 자유롭다. '걸레스님'으로 불렸던 중광은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 참석해 이런 자작시를 읊었다. "나는 걸레 /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 사는 게다. / 삼천대천세계는 / 산산이 부서지고 /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 넘실넘실 춤을 추는 거야 / 나는 걸레."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걸레가 됐던 중광은 욕설이 난무하는 오늘날 정치판을 어떻게 볼까. 9일은 중광의 14주기 기일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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