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거친 입'들의 거품史…이젠 좀
윤 의원은 지난달 27일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다 죽여"라고 했다고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 버리려 한 거야"라는 등의 격한 표현도 했다.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격분해 억울함을 호소하던 중 거친 언사를 했다는 얘기다.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치인이 욕 나오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는 1997년 출간된 욕에 대한 그의 저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에 "욕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 이성이나 이치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에 기겁한다"고 썼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친박 핵심이 김 대표에게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전달했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 이성이나 이치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야권에서도 윤 의원과 비슷한 말로 구설에 오른 사례가 있다. 2010년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지역 결의대회'에서 "헛소리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한나라당은 "저질 막말 발언은 국회의원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마땅히 사퇴로써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 때도 등장하는 김무성 의원은 "이런 사람은 정계를 떠나야 하고, 국회 품격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라는 말도 나왔다.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는 뜻이다. 말조심하라는 격언 치고는 꽤 섬뜩하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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