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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허언증 신드롬'① "하버드서 카톡이..." 뻥치며 노는 그들

최종수정 2016.08.08 16:09 기사입력 2016.02.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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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하버드에 합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학교 다니겠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 글과 함께 하버드대학교 총장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 인증사진을 첨부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하버드대 총장이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니 그것도 국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무슨 황당한 소린가 싶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허언증(虛言症) 놀이다.
'허언'은 거짓말, 빈말, 허풍, 뻥, 헛소리 따위의 뜻을 지니는데 그것이 하나의 '증세'나 습관으로 자리잡는 것이 허언증이다.

사진=디시인사이드 허언증갤러리

사진=디시인사이드 허언증갤러리



그들 사이에선 허언증 갤러리가 화제다. 허언증 갤러리에는 말 그대로 거짓말인 게시물을 올려야한다.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거짓말이지만 청년들은 끊임없이 누가 더 '허언'을 잘하나 게시물을 올리고, 이 글들이 다른 온라인커뮤니티로 퍼지면서 허언증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허언증갤러리는 개설된 지 10여일 만에 메인갤러리로 승격했다. 하루에도 수 백개의 거짓말들이 올라온다.
◆허언증에도 종류가 있다=허언증 게시물의 종류는 크게 능력어필형, 허세형, 풍자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이들은 화려한 스펙이나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는 듯한 허언증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재치있는 사진은 필수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닉네임 카토이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근의 공식을 적은 노트, 알람시계와 레고를 연결한 사진을 올렸다. 자신을 '금수저'도 아닌 '다이아수저'라고 소개한 닉네임 탄피수집병은 포스터물감으로 칠한 신용카드를 올리면서 자신이 블랙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층임을 드러냈다. 100억원의 현금을 인증한다면서 만원짜리를 이어 붙인 네티즌도 있다.

청춘 '허언증 신드롬'① "하버드서 카톡이..." 뻥치며 노는 그들


허세형은 말도 안되는 허풍을 떠는 사람들이다. "제가 요즘 취미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입니다"라며 스핑크스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요즘 해변가에서 모래성 쌓는 재미로 사네요"라며 이집트 피라미드 사진을 게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애교 섞인 허세형 게시물들은 센스 넘치는 멘트와 적절한 사진으로 인기를 끈다.

청춘 '허언증 신드롬'① "하버드서 카톡이..." 뻥치며 노는 그들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허언증도 빼놓을 수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결백합니다'라며 아이스크림 '탱크보이' 사진을 올리며 전 전 대통령을 비꼰다. 취업과 관련한 풍자도 눈에 띈다. '문과생입니다. 이번에 취업에 성공했네요'라며 인문계 학생들이 취업이 안되는 현실을 풍자한다.

청년들의 취업난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는 소재로 비꼰 글도 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새벽타임 편의점 알바를 목표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 현대자동차 경영지원팀에서 경력을 쌓고 있습니다. 토익 만점은 기본이고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비롯한 각종 세무 관련 자격증을 보유 중인데 오늘 편의점 알바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네요. 2차 면접까지 붙었을 때 부모님께서 많이 기대하셨는데 최종에서 떨어지니 더 많이 아쉽습니다" 청년들이 많이하는 편의점아르바이트라는 소재와 구직난 상황을 비꼰 이 글은 여러 온라인커뮤니티에 퍼지며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허언증놀이로 스트레스 해소?= 허언증 갤러리 개설자이자 전 매니저인 아이디 'steve2013'의 김모(20)씨는 "디시인사이드 마이너 갤러리 개설 소식을 접하면서 예전에 허언증으로 창피를 받은 적이 있어서 이런 콘셉트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익명성이 보장되고 대놓고 거짓말까지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회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허언증 갤러리가 인기를 끈 요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너도나도 학력, 스펙, 집안 등을 거짓말해서라도 남들을 속이고 싶은 기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허언증 자체가 한 번 속이면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더 과대포장하게 된다"며 "허갤러들의 게시글을 보면 신박(신기하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하고 창의적인 글이 많다. 거짓말 좀 한다 싶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다보니 유입 갤러들이 많아진 것 같고, 계속 타 유머사이트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지면서 유명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속는 셈 치고 적어봅니다. 이건 정말 허언 아니죠?"라고 반문하는 허언증갤러다운 모습을 보이기도했다.

정신과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원장은 "허언증 놀이는 포토샵으로 자신의 얼굴을 수정하고 얼짱스타가 되는 것처럼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우러러 봐주거나 반응을 보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계속 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실사회는 사는 것도 팍팍한데 온라인상에서라도 재미를 느끼면 허언증놀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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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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