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가벼운 허언증 놀이는 일상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각박한 삶의 맥락을 살짝 뒤집는 청량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는 증상이라면? 일각에서는 허언증 갤러리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한 네티즌은 "허언증을 장난으로 삼는 것이 괜찮은 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허언증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미덕인 '신뢰'를 해칠 수 있고 '리플리증후군'처럼 사회적 파장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을 동시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했던 김정윤양의 경우가 그런 사례다. 2015년 6월 김양은 미국 최고의 대학들은 자신을 향해 유례없는 구애를 펼쳤고, 스탠퍼드에서 초기 1~2년, 하버드에서 나머지 2~3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학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신입생 엑스맨'으로 방송을 탔던 김창민(가명)씨 역시 리플리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그는 2009년 한양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홍익대, 서울대, 고려대 등 48개 대학에서 신입생 행세를 했다. 김씨는 동아리, MT등에 참석하고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다른 학생의 신분을 사칭하고 이를 이용해 문자로 협박하는 등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피해학생은 김씨 때문에 수강신청도 못하고, 자신을 해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고 털어놓았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원장은 "열이 감기, 폐렴의 증상인 것처럼 허언증도 병에 딸려오는 증상의 하나"라며 "망상장애나 조현병(調絃病, 정신분열)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사기꾼들이 학력을 위조하는 것이나 누군가를 사칭하는 것 역시 허언증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범죄가 발각되고 나면 멈춘다"며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우러러보고 반응을 보이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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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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