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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똥파리의 말씀(68)

최종수정 2020.02.12 10:25 기사입력 2014.06.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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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낱말의 습격


날아다니는 일(to fly : 나는 처음에 영어 to를 치려다 실수로 한글 자판을 두드렸다. 그랬더니 '새'가 찍히는 게 아닌가. 우연은 가끔 경탄을 낳는다.) 그 자체가 내 이름(fly)이 된 것을 나 똥파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지상에 사는 존재들은 지상에 묶인 존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질곡에 대해 고통스러워 한다. 그들에게 하느님이란 바로, 지상에 발을 딛지 않는 존재이다. 발에 흙을 묻히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고 끝없이 존경해온 그들의 종교와 신앙을 생각한다면, 나는 그 행위와 이름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되어온 측면이 있다. 내게는 초월적 기풍이 있다. 나는 인간의 식탐과 똥덩이를 개관한다. 인간은 식탐과 똥덩이 사이에 잠깐 펼쳐진 터널일 뿐이다. 나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하늘을 날아다니며 정밀하게 그들의 삶을 관찰해온 '현존하는 객관'이다.

가엾은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은 성애에 너무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경쟁력없고 느리고 둔한 생식 시스템을 갖고 있다. 수억의 정자를 만들어 거기서 하나를 고르는 일이라든가 뱃속에서 오랫 동안 새끼를 온몸으로 키우는 일, 또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출산 체계. 모두 내 눈으로 보기엔 참으로 우습다. 그들은 그 빈약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평생을 생식의 욕망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 그 욕망은 그러나 위선의 규격에서 벗어나면 안되기에, 인간의 삶은 포르노와 사랑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와도 같다. 사랑의 천사들이 달고 있는 날개, 혹은 포르노의 신음소리가 제안하고 있는 천국으로의 비상(飛翔)은 같은 방향의 표지판이다. 거기엔 자아가 없다. 오직 생식이란 주어진 명령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포르노를 자신들 만의 오락이라고 생각하며, 사랑을 자신들 만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f(fuck)다.

나, f의 몸 속에는 정자주머니가 있다. 한번 교미를 하면 정자들은 몸 속에 보존되며 오랫 동안 수정란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그토록 무모한 욕망이 필요하지 않다. 사랑이 욕망을 초월한 것이라면 그건 우리에게 붙여져야 한다. 포르노가 생식의 강박에서 벗어난 오락이라면 그건 그들의 허풍이 아니라, 교미에 목숨 걸 필요가 없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오르가즘이란 결국 '날아가는 정신'이다. 오르가즘을 하느님처럼 그리워하는 인간들에게 우린 무표정하게 말한다. 그건 너의 질곡을 벗어나려는 바로 그 욕망으로 너의 삶 모두를 붙들어 놓고 있는 우주적 사기극일 뿐이라고. 넌 결코 날 수 없다고. 더러운 지상에서 한 발짝도 날아오르지 못한 채로, 다만 그 짧은 비상의 몽상이 식어가며 존재를 조롱할 뿐이라고. 나, f. 지금 똥무덤에서 밥무덤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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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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