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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색깔과 색깔의 경계(62)

최종수정 2020.02.12 10:26 기사입력 2014.06.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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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낱말의 습격


아마도 이런 표현이 필요한 어떤 분야가 있으리라. 심리학일까. 혹은 생물학일까. 혹은 사회학일까. 혹은 인류학일까. 변연대비(邊緣對比)는 경계에 대한 섬세하고 특별한 통찰이다.

두 가지 색깔이 인접해있을 때 그 경계선에는 기묘한 경쟁이 붙어있다. 빛깔과 빛깔이 서로 물고 늘어지면서 이윽고 과장된 자기 정체성으로 벽을 만든다. 색과 색을 이룬 경계 부근은 더 짙어진다. 그것이 변연대비다.
우린 어떤 색깔을 보면서 그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확실한 무엇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그건 빛이 잠깐 지어낸 순수한 환상일 뿐이다. 그것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온 것은, 어쩌면 우리 내면 속에 있는 팔레트인지 모른다. 색깔의 정체성은 다만 우리가 분류를 통해 인식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붙여놓은 숫자들일 뿐이다.

같은 색깔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한참 들여다보면 그것이 온전히 하나의 색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 눈의 시력은 단일한 색깔을 지닌 일정한 면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틀린 색깔들을 그저 우리의 상상력이 동일색으로 채색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변연대비는 색과 색의 경계에 주목한 것일 뿐이다. 저 색이 이 색에 대해 긴장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맹목 안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것이다.
변연대비란 반드시 색깔에 대한 얘기 만은 아니다. 우리가 '단일'이라고 그루핑한 많은 것들이 실은 인간의 상상력이나 당위가 채색한 것일 뿐이다. 그것이 차별지어지는 어떤 경계에 서면 그제서야 인간의 눈은 자신의 내재된 강박을 드러낸다. 이쪽과 저쪽이 뭔가 달라야 하는 강박 말이다.

대비와 차이는 인간이 뭔가를 설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툴이다. 하지만 그건 늘 조금씩 과장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대상은 모두가 헛것이라는 건, 시적인 상상력이 아니라, 엄밀한 과학적 단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옛 사람들이 허투루 색즉시공을 말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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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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