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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미디어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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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950년대 초반 미국내 반(反)공산주의 광풍을 일으킨 매카시즘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다름 아닌 텔레비전이었다. 1950년 2월 "미국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미국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의 폭탄선언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되면서 여론을 뒤흔든 것이다. 특히 매카시 의원이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이 여기 담겨 있다"며 종이뭉치를 날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파장은 즉각 나타났다. '국무성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공산주의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으며 신문들도 색출작업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매카시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도 공산주의자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사실 그가 폭탄선언과 함께 던진 종이에는 애시 당초 공산주의자 명단 같은 건 없었다. 실체가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 미국을 둘러싼 대외 정세와 매스미디어의 결합은 그의 근거없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포장했다.

이는 언론의 동조와 미국내 TV 보급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전후(戰後) 정세와 매카시의 주장에 언론이 침묵한데다 경제 호황에 힘입어 TV 보급 역시 늘어나면서 대중은 사실과 그렇지 않은 정보를 모두 접하게 됐다. 영상매체는 정치 선전도구에 불과했다.

유언비어와 미디어의 상관관계는 이미 이론으로 성립돼 있다.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은 'R=i×a'라는 유언비어 확산 공식을 만들었다. R(유언비어)의 크기가 i(사람들의 관심)과 a(애매한 증거)의 결합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인데, 'i'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바로 미디어다.
이 이론을 뒤집어보면 미디어가 양적으로 확대될수록 유언비어에 취약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언비어는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이 불안한 심정을 담아 현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데, 이를 바로 잡는 게 언론의 역할인 것이다.

진도 해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신문, TV 등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올바른 내용도 있지만 자극적이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것 역시 부지기수다. 사고 발생 초기 전원 구조라는 오보는 시작에 불과했다.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한 여성은 TV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민간 잠수부의 투입을 막고 있다",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디어의 수단이 다양해질수록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다. 정보의 통로가 넓어진다는 것은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칫 유언비어의 확산 창구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언론은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속보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사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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