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9호선 시민펀드 이틀만에 완판 vs 국민석유 공모 실패…신뢰도 확보에 따라 엇갈린 결과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1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는 '실험'을 했던 두 사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시가 추진한 '지하철9호선 시민펀드'는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됐고, 저렴한 석유공급 사업을 위해 진행됐던 '국민석유 공모'는 최소기준을 채우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두 사업 모두 일반 시민이 투자에 참여해 사업 운영자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고 이용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확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행 방법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신뢰 확보'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국민석유는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로 지난해 6월 설립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올해 3월 설립됐다. 기존의 정유업계가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받고 있다며, ℓ당 200원 싼 '착한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번 공모는 석유 공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주당 공모가 5000원에 2000만주를 공모해 1000억원대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청약 결과, 최소기준 150억원에 못 미치는 66억9600만원(목표액의 6.7%)을 모으는 데 그쳤다. 참여자는 4732명으로 1인당 평균 14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당초 국민석유 측은 인터넷으로 파악된 주식청약 수요가 18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청약으로 연결된 금액은 이보다 턱없이 낮은 수십억원대에 불과했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회사로부터 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한 것도 공모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공모가 실패하면서 내달 중 1호 주유소를 열겠다는 국민석유 측의 계획도 힘을 받지 못하게 됐다. 국민석유 측은 "정유사와 증권사, 은행 등이 고액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유도해 청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사회와 주주총회 논의를 거쳐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석유 사업에 제기된 많은 의혹과 위험성을 주최 측이 제대로 해소해 주지 못해 투자를 유도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었지만, 결국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해를 끼쳤던 학습효과와 국민석유라는 사업 자체에 대한 확실한 밑그림을 보여주지 못해, 투자를 결정할 만한 공감대를 얻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석유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 알려진 21일 '서울시 지하철9호선 특별자산 펀드'는 출시 이틀 만에 5509명이 가입해 목표액 1000억원이 모두 판매되며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시민펀드는 지난 10월 서울시가 지하철9호선에 대한 운임결정권을 갖고 현대로템, 맥쿼리 등 재무투자자를 전면 교체하는 '지하철9호선 사업재구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추진됐다. 펀드로 자금을 조성해 기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서울시가 시민펀드 조성 계획을 내놓자 지자체 차원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펀드 조성을 적극 추진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과연 어느 정도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습 요금인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투자자 변경과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을 폐지하는 과정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민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 '펀드 완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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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가입을 진행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펀드에 가입하기 전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망설이는 고객이 많지만, 9호선 펀드의 경우에는 그런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여준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지하철9호선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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