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출신 의원의 국방부 감싸기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정감사는 피감기관에 대한 감시기능도 있지만 피감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보를 위한 로비전을 벌이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피감기관들은 학연, 지연, 혈연 등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한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에 군 출신 의원들이 많다는 점을 이용한다. 새누리당에 김종태 의원(예비역 중장ㆍ3사 6기), 김성찬 의원(예비역 대장ㆍ해사 30기), 손인춘 의원(예비역 중사ㆍ하후보 35기), 송영근 의원(예비역 중장ㆍ육사 27기), 한기호 의원(예비역 중장ㆍ육사 31기)이 배정돼 있고 민주당은 백군기 의원(예비역 대장ㆍ육사 29기)이 있다. 군 출신 의원은 6명으로 공군을 제외하고는 각 군의 병과별로 골고루 배치돼 있어 '군에 대한 이해 구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군출신 의원들이 많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국감기간에 군의 속살까지 알고 있는 군 출신 의원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낼 것 같지만 오히려 치부를 덮어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이번 국감이 그렇다. 군 출신 의원들은 군 행정을 꼬집기보다는 자군을 감싸고 군인에 대한 처우개선에만 열을 올렸다. 군 복지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국감의 본질을 잊은 채 지역구 표심과 군심만 의식해 질문을 던지다보니 국감의 취지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많다.
예비역 출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국방부와 각 군 본부에 국감자료를 요청하면 의원께서 '그런 것까지 할 필요있나', '후배들인데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잘라버려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군당국에 요청한 자료만 봐도 짐작이 된다. 올해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국감 요구자료를 보면 특정 군에는 질의서를 한 건도 보내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이 제대한 군에는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 하나만 요청한 사례도 있다. 다른 군에 대한 질의도 지난해 질의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질의시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제대한 군에 대해서는 질의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데에 질의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감기관인 국방부가 군 출신 의원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의원실에서 공식적인 문서로 국감 자료를 요청하면 '대면보고를 하겠다'고 답변하고 의원실에 찾아가 의원들의 질문을 덮으려는 경우가 많다. 군 출신 선후배관계를 이용하는 셈이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국방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이라는 명분 아래 답변을 거부하고 불리한 질문에는 의원실을 찾아 대면보고하겠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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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당국의 이런 태도가 화근을 자초하기도 했다. 사이버사령부가 대표적이다. 당초 사이버사령부의 국감 일정은 국감 첫날인 지난달 14일이었다. 하지만 군당국은 비군 출신 야당 의원들의 사전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고 대면보고조차 차일피일 미뤘다.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비군 출신 야당 의원들은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국감을 15일에 별도로 잡았다. 이날 국감에서 벼르고 벼렀던 야당 의원들은 사이버댓글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국감 최대 쟁점으로 만들었다.
국감은 정부와 힘있는 이들을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다. 인맥을 이용해 치부를 덮어주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들이 군 출신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주고 각 당에서 국방위로 배정했을 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의원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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