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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女星<끝>]진짜 파워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自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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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女星 임원 꿰찬 1세대 그녀들의 Success Diary]
<끝> 아경이 만난 그녀들...가상좌담회


진짜 파워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自己)에서 나온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일단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친구 사귀고..아이 하나 더

진정한 파워, 권력 아닌 영향력
꿈에 대한 열망 키우고
개척자의 모험 두려워말라

[파워女星<끝>]진짜 파워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自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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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김현정 기자]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있다. 조직생활에서 여성의 발목을 오히려 여성이 잡더라는 경험칙이다. '유리천장'이란 표현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일컫는다. 예컨대 여성이 대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을 '유리천장을 뚫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성 임원을 배출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라는 대기업 인사팀장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할 때는 강단 있는 여자, 가정에서는 모성애 넘치는 엄마'로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는 여성이 저변을 넓히는 사이, 여성에 대한 '편견'은 '상식'이 됐다.
은수저를 물고 난 오너 일가가 아닌, 밑바닥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 임원에 오른 여성의 인생 스토리는 어떨까. 아시아경제신문이 6개월에 걸쳐 진행한 '파워女星' 시리즈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예상대로 여성 임원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저마다의 '다름'이 있었고 '소신'과 '꿈'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방황'과 '실패', '고민'이 있었다.

얼떨결에 애니콜 신화를 창조한 철없던 광고 카피라이터는 칸의 여인이 됐다. 말은 '필요한 만큼, 핵심만 내뱉고, 쓸데없이 전달하지 않는다'는 지독한 원칙주의자는 국내 유일의 여성 부행장 자리에 올랐고, 단발령에 눈물 훔치던 전라도 은행원 '강양'은 서울 강북ㆍ강남 지역에 불호령을 내리는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대기업은 수십조 원의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까'라는 궁금증 하나로 돈과 사랑에 빠진 여자는 기업의 재무를 맡는 강심장이 됐다. 햄버거 가게 여직원과 MBA 하나 없는 워킹맘은 외국계 회사에서 인사 담당 임원까지 올랐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밥을 먹던 이는 굴지의 금융사에서 임원이 됐다. 유학길에서 툭하면 짐을 싸던 문제아는 현재 대기업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장이다.

기업에 갓 입사한 새내기 여성이라면 40ㆍ50대가 됐을 때 어떤 직장인이 돼 있을지 상상하곤 할 것이다. '별(임원)'을 단 자신의 모습도 그려볼 것이다.

열아홉 명과 함께한 파워女星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은 가상의 좌담회로 꾸몄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하겠다 혹은 하지 않겠다'를 우선 물었다. 또 스스로 정의하는 파워여성(女性)을, 파워女星의 입을 빌려 정의해봤다.

◆김혜원ㆍ김현정 기자(이하 사회자)=지금은 대기업의 여성 임원으로 당당히 성장했지만, 불확실하고 막연한 미래로 인해 불안했던 새내기 직장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이것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있다면.

▲박정림 국민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우선 슈퍼스타K 오디션에 도전장을 내겠다. 물론 떨어지겠지만 도전 자체를 즐기고 싶다. 또 명품 가방 사지 않고 그 돈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갈 것이다. 은퇴 후 도전할 생각이기도 한데, 액세서리나 가방을 직접 만들어 보고도 싶다. 다시 20대를 살아도 지금과 같은 금융인이 됐겠지만 보다 다양한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금융인이지 않았을까. 미국에서 MBA도 따고.

▲이은영 한국맥도날드 상무=20대는 불같은 사랑과 일로만 가득 찬 시기였다.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이를 테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 국토대장정, 친구들과 창업 같은 것?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젊음의 특권 아닐까.

▲김정선 맥코리아 상무=전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또 하나를 꼽자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10명 이상 만들기. 편안한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이야 말로, 흔들림 없는 직장생활을 위한 중요한 팁이다.

▲안혜주 AIG코리안부동산개발 전무=영국에서 미국의 소도시로 건너간 후 정말 재미없는 20대를 보냈다. 유럽에서 다양한 문화와 더불어 5개 외국어를 목표로 언어 공부를 했을 것이다. 지금 하는 부동산 관련 공부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을 것이다. (미혼이지만) 20대에 연애도 실컷 해보고 싶다. 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한현미 아시아나항공 상무=너무 꿈같은 이야기다. 앞으로 나아갈 것만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었나보다. 아무래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 같다. 아프고 힘들어하는 환자를 진심으로 간호할 줄 아는 전문 간호사의 길도 매력 있지 않을까.

▲우명자 농협 본부장=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환경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그 시절엔 육아 때문에 힘들어서 자녀 둘을 낳겠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 그 기쁨을 키워나가고 싶다.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배낭 하나 메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 당시엔 해외 배낭여행이 보편적이지 않았고 도전정신이 부족했다. 요즘은 여행을 자주 하지만 젊은 시절 느꼈던 감흥에 비하면 새로운 것에 대한 충격과 신선함이 떨어진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히는 데 있어 20대의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사회자=잠깐 그 때로 돌아가 나에게 '교정'의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반대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는게 있다면.

▲유지은 BNP파리바증권 전무=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도전하기 전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20대가 된다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증권사 입사 후 MBA 학위를 따러 미국 유학길에 오르려다 갑자기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모든 걸 내려놓았다. 27살에는 그 때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했다. 너무 늦지 않게 결혼도 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다음 해에 유학을 갔더라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MBA 학위가 없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았던 건 아니지만 도전을 하기 전에 미리 포기했던 것은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남았다.

▲권선주 IBK기업은행 부행장=20대 친구는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 평생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다소 폐쇄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다.

▲박정림 국민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겠다. 인생의 행복은 남과의 비교를 끊는 데서 나오더라. 남과 비교하면서 슬퍼하고 기뻐하지 말아야지. 내 인생의 중심은 나다. 내 자신을 좀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길 테다. 또 절대 명품백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해본다.(웃음)

▲권선희 한국MSD 상무=40대는 시간의 속도가 시속 40km, 20대는 20km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간은 더디든 빠르든 흐르기 마련이다. 공부할 때는 공부, 연애할 때는 인생의 마지막 사랑처럼.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고 싶다.

◆사회자=이 시대가 요구하는 '파워여성'을 자신만의 용어로 정의한다면? 파워여성(女星)이 생각하는 파워여성(女性)의 의미가 궁금하다.

▲오혜원 제일기획 상무=파워여성은 '깔때기'다. 앞선 여성 선배들이 고생해 쌓은 것이 하나로 모여 힘을 발휘할 시기에 내가 맡게 됐고 운이 좋았다는 걸 인정한다. 다음 여성 후배를 위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여성의 파워를 걸러내 순정 에너지로 모아줄 수 있는 깔때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진정한 파워여성이다.

▲안혜주 AIG코리안부동산개발 전무='이기적인 여성'이라 말하고 싶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여성.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지극히 이기적으로 바로 닥친 '지금'을 걱정하는 여성. 또한 '위험한 여성'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결정에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여성을 말한다. '난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변명보다는 모든 일에 대한 의사결정과 위험 관리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여성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파워여성이 아닐까.

▲전진수 아모레퍼시픽 상무=권위를 바탕으로 냉철하고 강력하게 조직을 리드하는 것이 과거에 통용됐던 '파워'였다. 이제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미래지도를 제시하며 코칭와 임파워먼트를 통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야 말로 이 시대 파워여성의 필수 요소다.

▲이은영 한국맥도날드 상무=파워가 권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직위가 높아져서 생기는 파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영향력이다. 권력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파워다. 영향력으로 이끌 수 있는 여성이 진정한 파워여성.

▲차재연 KT 상무='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리에 갈 만한 '사람'이란 평가를 듣는 여성. 중요한 관심사의 범위(Area of Concern)에 대해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범위(Area of Influence)를 넓혀 온 여성. 개척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데 주저하지 않고 덤벼드는 모험심을 가진 여성. 마지막으로 내가 내딛는 한 발, 한발이 여성후배들의 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여성. 멋있지 않은가.

▲김지선 CJ제일제당 상무=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당당해야 남 앞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파워풀 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배려와 열정, 몰입, 희생, 봉사, 진정성, 솔직함이 모여 파워여성을 만든다.

▲강신숙 수협 본부장=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하는 능력도 기본이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무소와 같은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파워 넘치는 여성이면서도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는 더 없이 사랑이 가득한 사람.

▲박경숙 콘래드서울 상무=여자와 남자의 성의 차별이 아닌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참 역할을 실현시킬 줄 아는 힘을 가진 여성. 또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는 힘을 갖고, 옳은 것을 위해 분노하고 그른 것을 위해선 대담하게 싸울 줄 아는 여성이 아닐까.

본지가 선정한 열아홉 명의 파워여성의 공통분모는 '꿈에 대한 열망'이었다. 여전히 도전과 배움을 원했고,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쉽게 가는 길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고 싶은 길을 간다'는 얘기가 이들에겐 삶의 원칙이었다. 이제 더 이상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또한 남자도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낙오가 있어야만 성공의 길이 열리는 궁핍의 시대는 지났다. 자신과 싸워 이기는 '파워여성'의 시대가 바야흐로 활짝 열렸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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