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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태권도 통해 재도약한 대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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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야구 월드시리즈와 존스배 국제농구대회. 스포츠팬들에게 대만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이 정도가 아닐까. 스포츠 올드팬이라면 1960~70년대 세계적인 단거리 선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여자 허들 80m 동메달리스트인 치청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시아의 철인’ 양촨광이 있다. 1954년 마닐라, 1958년 도쿄 아시아경기대회 육상 10종 경기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실 대만 스포츠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건 리틀 야구다. 대만은 1947년 시작한 리틀 야구 월드시리즈에서 1969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7차례 정상을 밟았다. 1977년부터 1981년까지 5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대만의 유명 야구선수는 미국 프로야구 신시내티 레즈에 스카우트됐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1980년대 초 일본프로야구 난카이 호크스에서 뛴 가오잉제와 리라이파, 궈타이유안(세이부 라이온즈, 1985년~1997년), 궈위안즈(주니치 드래곤즈, 1981년~1989년) 등 꽤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리틀야구 출신이다. 대만은 1970년대 이후 중국에 정치, 외교적으로 밀리면서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으려 했다. 리틀 야구는 그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스포츠에서 중국의 위세에 대만과 한국이 함께 당한 쓰라린 일도 있다. 한국은 1950년 아시아탁구연맹(ATTF)에 가입했다. 이 무렵 아시아 탁구 계는 기술적으로는 일본과 대만이 앞서 있었고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행정을 맡고 있었다. 1949년 건국 이후 내부 정리를 마친 중국은 바로 스포츠를 통해 국제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목 가운데 탁구 실력은 단연 빛났다. 순식간에 세계적인 탁구 강국으로 거듭났다. 중국은 1972년 일본과 슬며시 손을 잡고 북한까지 끌어들여 아시아탁구연합(ATTU)을 만들었다. 두 개 단체가 경쟁하는 가운데 거의 모든 ATTF 회원국이 중국이 주도하는 ATTU로 넘어갔다. 남은 건 한국과 대만뿐이었다.

1973년 ATTF는 국제탁구연맹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한국은 중국, 대만과 얽힌 특수 관계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대만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아시아 무대에서 외톨이가 된 한국은 1980년과 1982년 적잖은 돈을 들여 서울오픈을 여는가 하면 스웨덴오픈 등 유럽무대로 날아가 실력을 인정받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84년 파키스탄에서 열린 ATTU 총회에서 회원국이 됐다. 총회에서 북한은 기권을 위해 퇴장했다. ATTU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등쌀에 밀리고 있던 대만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역도 페더급에서 차이웬이가 동메달을 땄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야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만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다섯 번째는 탁구에서 나왔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천징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자오즈민과 짝을 이뤄 한국의 양영자-현정화 조와 여자 복식 결승전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국적은 중국이었다. 이후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대만 선수가 됐고 1993년 예테보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현정화에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틀 야구를 육성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고 탁구 강국 중국 선수를 데려와 올림픽 메달의 성과물을 냈지만 대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까지 금메달을 구경하지 못했다. 숙원을 해결한 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었다. 천스신이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대만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국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감격도 있었겠지만 시상식에서 청천백일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가 올라가는 가운데 국가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 ‘국기가’가 울려 퍼졌다.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 아닌 중화대북(Chinese Taipei)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어렵사리 버티고 있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대만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하나 더 수확했다. 태권도 남자 58kg급의 추무엔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만의 태권도 성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였다.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낸 한국을 간발차로 앞질렀다.

대만의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태권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개의 동메달을 기록했는데 2개가 태권도에서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의 로훌라 니크파이는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자국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태권도는 어느덧 스포츠 약소국에 꿈과 희망을 주는 운동이 됐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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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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