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강준·이현·김영훈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2026년도 개인기초연구사업에 나란히 선정돼 각자의 연구에 본격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총 연구비는 합산 16억 원 규모로, 세 교수가 같은 시기에 동일 기관의 국책과제에 동반 선정된 것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의 기초연구 역량이 국가 수준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세 연구는 각각 독립된 주제를 다루지만, 큰 틀에서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강준 교수가 암 수술 전 '언제 재발하는가'를 예측하고, 이현 교수가 수술 후 '잘라낸 자리를 어떻게 되살리는가'를 해결하며, 김영훈 교수가 치료 전 '어떤 환자에게 면역치료가 듣는가'를 판별하는 구조다. 수술 전 예측, 수술 후 재건, 치료 반응 예측이라는 암 치료의 전 주기를 한 병원의 병리과가 동시에 공략하는 셈이다.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강준·이현·김영훈 교수 연구팀.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강준·이현·김영훈 교수 연구팀.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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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구인 강준 교수의 과제는 '암 수술, 어디까지 잘라야 하는가'라는 임상에서의 오랜 질문에 답을 찾는 작업이다. 희귀 유방 종양인 '유방 엽상종양(Phyllodes Tumor)'의 재발 위험 인자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이 연구는 개인기초연구사업 핵심연구로 선정됐다.

유방 엽상종양은 전체 유방 종양의 1% 미만에서 발생하는 드문 종양이지만, 양성으로 판정받은 경우에도 10명 중 1명꼴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으로 진행되면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어, 수술 시 종양 주변 정상 조직을 얼마나 넓게 잘라낼 것인지 결정하는 '절제연' 설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느 범위까지 절제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강 교수는 선행 연구를 통해 재발한 종양 주변에 '이미 암으로 변해가는 조직'이 남아있다는 가설을 수립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현미경으로 암세포만 골라낸 뒤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법인 '미세절단 기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활용해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를 미리 가려내고, 수술 범위를 보다 정밀하게 설정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두 번째 연구인 이현 교수의 과제는 암 수술이 남기고 가는 빈자리를 채우는 문제를 다룬다. 개인기초연구사업 핵심연구에 선정된 해당 연구는 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함께 잘려 나가게 되는 피부·지방·근막 등 주변 연조직의 재생에 대한 과제다.


두경부암·유방암·육종 등의 수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연조직 결손은 외형 변형과 기능 장애를 동시에 일으켜 환자의 일상 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900만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으며, 이 중 상당수가 절제 수술 이후 조직 재건 문제에 직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몸의 다른 부위에서 살점을 떼어 붙이는 자가 피판술이나 인공 보형물 삽입이 주된 방법이지만, 이는 공여 부위 손상이나 감염 혹은 재수술 위험 같은 부작용 우려가 있어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이현 교수팀은 코로나19 백신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기술인 메신저리보핵산-지질나노입자(mRNA-LNP)를 활용해 몸 안에서 재생에 필요한 단백질을 직접 만들어내게 하는 방식으로 연조직을 되살리는 연구에 나선다. 비유하자면 주사를 활용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게 만드는 조직 재생 분야다.


세 번째 연구인 김영훈 교수의 과제는 '이 환자에게 면역 항암치료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연구로, 개인기초연구사업 신진연구에 선정됐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위암은 국내 암 발생 순위 4위에 해당하는 흔한 암일 뿐 아니라 진행성 위암에도 면역항암제가 치료 옵션으로 도입된 만큼, 연구 파급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암 치료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치료법이지만, 실제로 치료 효과를 보는 환자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누가 효과를 볼지 미리 예측하는 방법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는 PD-L1 단백질 발현 여부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검사 등을 통해 반응성을 가늠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예측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김영훈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딥러닝) 기반 디지털병리 분석을 활용해 위암 조직 내 조직학적 다양성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면역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하는 모델을 개발한다. 종양 내 이질성에 의해 면역 치료 반응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다.


이번에 나란히 선정된 세 가지 과제들은 현존하는 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낸 의미있는 연구일 뿐 아니라, 정밀 의료 시대에 높아져 가는 병리학의 위상을 보여준다. 기존의 진단 위주 역할을 넘어, 치료 전략을 직접 설계하는 학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아원 병리과장 교수는 "병리과는 오랫동안 진단의 최전선에서 임상을 뒷받침해 왔지만, 이제는 치료 전략의 설계 단계부터 함께 하는 역할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이번 세 연구는 그 방향을 구체적인 과제로 실현하는 출발점이며, 앞으로 서울성모병원 병리과가 정밀의료 연구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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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성모병원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병리시스템을 도입하였을 뿐 아니라, 2021년부터 5년간 보건복지부 지원 아래 코디파이(CODiPAI, Collaborative Digital Pathology Artificial Intelligence) 사업단을 운영하며 16만 장 이상의 암 디지털 병리 데이터를 구축하고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병리 플랫폼을 확립하는 등 암 연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번 세 과제의 동반 선정은 그런 다양한 연구 역량이 실질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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