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오래된 방법
인간은 아날로그적 존재
21세기형 인문학적 활동 꽃피워라
하루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24시간이다. 수천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사람들이 하루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패턴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태초의 인류는 날것 그대로의 시간 속에서 살았다. 먼 길도 걸어서 다녔고 정보도 기억에만 의존했다. 그러다 인쇄술,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며 시간 사용의 효율과 질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그만큼 사람은 덜 움직이게 됐다. 내비게이션으로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공간 기억력은 떨어져 간다.
인공지능(AI)은 이런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AI가 인간을 닮은 초지능적 범용기술이란 점에서 이런 우려는 더욱 크다. AI의 편익은 환영할 일이지만, AI에 너무 의존해서 생기는 폐단은 예방해야 한다. 시간 사용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온라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고 일상의 많은 시간이 디지털화됐다. 이렇게 디지털은 하루 24시간 중 몇 시간을 쉽게 앗아간다. 이런 가운데서 AI 물결도 밀려오고 있다. AI는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지적 활동을 도와주거나 대신하게 될 것이다. 지적 활동을 넘어 정서, 여가 활동까지 침투할 가능성도 크다.
피해가기 힘든 시대적 흐름으로도 여겨진다. 이에 맞춰 AI는 잘 활용돼야 한다. 그런 한편에선 AI와 차별된 인간적인 역량을 지키고 키우는 '비AI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추구해야 한다. 그런 시간이 늘어나야 우리 삶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글쓴이는 매일 아침 운동을 위해 산을 오른다. 스트레칭까지 합하면 두 시간이 걸린다. 핸드폰은 집에 두고 온다. 덕분에 적어도 하루 두 시간은 온전히 자연 속에서 나만을 위한, 건강하고 행복한 '비디지털 시간'을 보낸다.
저명한 디지털 기술교육 전문가 그레이엄 리도 자신의 저서 '이토록 인간적인 능력'에서 유사한 주장을 했다. 첨단 기술과 AI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인간적인 능력을 보호하고 강화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의 주도권을 잡는 인간적인 기술 12개도 제시했다. 스스로 길찾기, 움직이기, 대화하기, 혼자 있기, 읽기, 쓰기, 그리기, 만들기, 생각하기 등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기술들이다. 하지만 AI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습관들이다. 이들은 우리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일상적으로 해오던 기본적인 활동들이며, 인간 본연의 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 사용에 밀려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앉아 있는 세대가 바로 우리란 사실이 그렇다. 우리는 몸을 움직일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마주보며 대화하는 시간도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손과 펜으로 종이에 직접 쓰는 시간도,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도 그렇다.
인간은 본래 아날로그적 존재다. 디지털과 AI를 잘 사용하면서도 인간만의 소중하고 가치있는 특성은 잃지 말아야 한다. AI를 활용하되, 인간 본연의 질문력과 창의력, 공감능력과 감성 역량은 키워 나가야 한다. AI와 함께 살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다양한 활동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즉, 인간적인 아날로그 활동과 21세기형 인문학적 활동은 더욱더 꽃피워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를 잘 살아가는 아주 오래된 방법이자 최고의 대응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헉, 달걀프라이·김치전 부쳐 먹었는데 식...
김현곤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국회미래연구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