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박사'의 나무 이야기.."묘목 1그루, 경제효과 33배"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오주연 기자]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나무 열매가 있는데 아십니까? 어렸을 때 이 나무 열매를 빻아 개울에 풀어놓으면 물고기랑 개구리가 잠시 기절해서 수면에 떠올라요. 이렇게 고기잡이 하면서 놀았죠"
38년 동안 나무만 생각하며 살아온 자타공인 '나무박사' 정헌관(64ㆍ사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전문위원(임목육종학 박사)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지식센터에서 열린 '나무와 숲은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때죽나무 설명에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강연내내 들떠 있었다. 정 위원을 사로잡은 때죽나무는 봄이 무르익는 5월께 하얀 꽃을 피우는 감나무목 때죽나무과의 낙엽소교목이다. 꽃이 지면 열매가 열리는데, 여기에 마취성분이 있어 물고기나 개구리가 먹으면 잠시 정신을 잃는다. 선조들은 이 열매를 마취제로 쓰기도 했다. 물고기를 떼로 죽이는 열매를 가진 나무라 해서 때죽나무로 명명됐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그의 나무예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 숲은 전 세계 숲 면적의 0.18%수준이다. 그리 넓지 않지만 자생식물은 4500여종이나 돼 면적 대비 종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이 가운데 나무가 1200여종이다. 그러니 때죽나무처럼 흥미로운 '효능'을 가진 나무도 적지 않다. 헛개나무도 마찬가지다. 정 위원은 "옛 문헌에 보면 어떤 사람이 집을 짓다가 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나무가 있어 베어버렸는데 나뭇가지가 하필 술 독에 빠졌고, 이 독에 있던 술이 맹물로 변해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이 나무가 최근 숙취해소 효과를 인정받아 기능성 식품으로 인기를 얻는 헛개나무"라고 했다. 정 위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효능을 가진 나무가 또 발견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마취효과나 숙취효과 못지 않게 눈여겨봐야 할 나무의 효능 중 하나는 다름아닌 이산화탄소 흡수효과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6억여 톤으로 세계 9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6위 규모다. 우리나라에서 나무 한 그루가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 양은 연간 약 1톤이고 숲 전체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돈으로 따지면 연간 2조3000억원이나 된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다시 만난 정 위원은 "세계가 '탄소전쟁'에 돌입한 지금 전쟁에 내보낼 수 있는 가장 강한 병사가 나무이고 가장 믿을만한 군대가 숲"이라면서 "나무와 숲을 포기하고 탄소전쟁에 뛰어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또 "만약 한 사람이 1만원을 들여 묘목을 심으면 나중에 거두는 경제효과는 33배에 이른다"면서 "식목일의 의미는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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