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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미' 허인무 감독 "칙릿 장르 도전해보고 싶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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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미' 허인무 감독 "칙릿 장르 도전해보고 싶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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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허인무 감독이 세 번째 영화로 돌아왔다. 강혜정 배종옥 주연의 '허브' 이후 4년 만이다. 영화감독으로는 이른 데뷔인 서른한 살에 첫 영화 '신부수업'을 내놓았던 그는 한층 세련된 필치로 20대 여성들의 성장담을 그린 작품을 내놓았다.

윤은혜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명문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네 친구들의 꿈과 우정, 성공과 좌절, 질투와 화해 등을 그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흥행 성적이 썩 좋지는 않지만 20대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가 허인무 감독을 만났다.
- 영화를 개봉한 소감이 어떤가.
▲ 마음이 많이 급하다.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는데….

-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를 하기 전 윤은혜와 영화를 한 편 준비 중이었다던데.
▲ 판타지 멜로 장르의 영화였다. 윤은혜가 '커피프린스 1호점' 끝낸 뒤 내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봐서 함께 준비했다. 투자가 힘들어서 결국 영화 제작은 무산됐다. 나를 기다려 준 것이 고마워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도 윤은혜에게 시나리오를 먼저 보여줬다.

- 윤은혜의 어떤 면이 극중 유민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 윤은혜의 연기를 보면 유민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화보를 보면 혜지(영화에서는 박한별이 연기)와도 맞을 것 같았다. 마음대로 선택하라고 했는데 유민을 택하더라.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유민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원작 소설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
▲ 제작자가 책을 읽어보라고 해서 받았는데 재미있었다. 잘 읽혔다. 국내에는 '칙릿'(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영어 속어 ‘chick’과 문학을 의미하는 ‘literature’의 줄임말인 ‘lit’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젊은 여성들을 소재, 대상으로 하는 문학) 장르가 잘 안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래서 오기로 더 해보고 싶었다. 소설은 영화보다 표현이 더 강하다. 나는 청담동 문화도 잘 모르고 '된장녀'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극중 주인공들이 성장해 가는 점에 감동을 느꼈다. 그런 부분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 '된장녀'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있을 텐데.
▲ 된장녀이고 아니고의 차이는 미묘하더라. 어느 순간에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진짜이건 가짜이건 명품 가방 없는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게 요즘 세태 같았다. 나 역시도 시나리오를 쓰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인터넷쇼핑으로 풀기도 한다.

-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기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 원작이 좋아서 시작을 하게 되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쓸 때는 원작을 해체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원작을 많이 바꿨다. 원작은 더 직설적이다. 일례로 수진(차예련 분)의 가정환경을 바꿨고 열등감을 배가시켰다. 영화에선 너무 세게 가면 미움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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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부터 영화 완성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 1년쯤 걸렸다. 초고는 2주 만에 썼다. 처음 한 회사가 투자를 결정한 뒤 잠깐 중단이 됐다.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해서 대사 위주로만 약간 바꾸니 마음에 들어 했다. 꽤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영화를 찍으며 가장 걱정한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첫 리딩을 끝내고 나서 겁이 났다.

- 왜 겁이 났나?
▲ 전작인 '허브'는 배종옥과 강혜정이 출연했다. 연기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모두 젊은 배우들이니까 처음부터 조금씩 만들어가야 했다. 젊은 배우들이어서 뭔가 한 가지씩 올라오는 게 있더라.

- 비슷한 나이의 네 여배우와 작업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여배우들 사이에 경쟁이 전혀 없진 않았다. 심지어는 '허브'처럼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여배우들 사이에도 조금은 있다. 그건 배우가 가져야할 욕심인 것 같다. 그것보다 힘들었던 건 네 명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 본격적인 제작 기획에서 완성까지 4~5개월 밖에 안 걸렸다고 들었다.
▲ 지난해 연말에 제작 준비를 시작해 12월부터 1월까지 집중적으로 찍고 2월 초에 마무리했다. 3월 개봉은 너무 빠듯한 일정이었다. 제작사, 투자사와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나도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10회차쯤 찍으니 가능할 것 같더라. 콘티를 잘 짜고 리허설을 미리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 남자 감독으로서 20대 여자 주인공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 '허브'도 여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내가 잘 모르는 걸 알아가면서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게 재미있다. 40대가 넘으면 접근방식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30대일 때 한번 해보고 싶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를 기획한 사람들이 모두 마흔을 바라보는 남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연출부도 스크립터를 제외하면 모두 남자였다. 상황이 이러니 20대 여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터뷰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여성 관객들은 많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 남자들은 공감보다는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다.

- 네 주인공들은 모두 부족함 없이 자랐고 현실적으로도 크게 힘든 부분이 없어 보인다. 고민의 깊이가 얕다는 지적도 있다.
▲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88만원 세대'니 '대학교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한 프로그램은 더 안 보려고 했다. 어느 세대나 어느 계층이나 힘든 걸 짊어지고 산다. 그들의 고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억 버는 사람이 100억 버는 친구를 질투하는 세대다.

- 다음에 찍고 싶은 작품은 어떤 영화인가.
▲ 가족 이야기를 찍고 싶다. '빌리 엘리엇'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사해지고 형편없어 보이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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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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