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고혈압 약값을 대대적으로 인하하는 정부의 방침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각 제약사들의 주판알 튕기기가 시작됐다. 크게 보면 일부 국내 제약사에 손해가 집중되고 대다수 다국적제약사들은 폭풍을 피해가는 형국이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 중 고혈압약에 대한 평가결과를 확정해 그 결과를 각 제약사에 통보했다.
이를 보면 동일한 의약품 중 가격이 최고 80% 이상인 제품은 일괄 건강보험 급여에서 퇴출된다. 해당되는 품목은 총 285개다.
건강보험 울타리에서 벗어난 고혈압약은 사실상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때문에 '사형'을 면하려면 제약사 스스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약들은 20% 수준의 약가인하를 면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인 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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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딜라트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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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놀민', LG생명과학 '자니딥' 등이다.
딜라트렌은 연 처방액이 570억원에 달하는 종근당의 최대 주력 품목이다. 3년에 걸쳐 가격이 20%(7%, 7%, 6%) 내려가므로 매년 40억원 정도 손실이 예상된다. 현대약품의 대표품목 테놀민(한 해 매출 200억원), LG생명과학 자니딥(260억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거나 아예 없다. 한국노바티스의 디오반(1년 820억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아프로벨(670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아타칸(630억원) 등은 약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차후 카피약이 나올 때 약값이 떨어지므로 이중 피해를 면해주기 위한 차원이다.
같은 이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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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아모디핀(540억원)도 약가인하를 면하게 됐다.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주는 '초대형' 품목은 손도 못댄 '실효성 없는' 약가인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결과적으로 다국적제약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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