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IMF가 울린 나랏빚 조기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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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부채비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나라로 꼽으며 정부의 부채 관리에 경고음을 울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D2)이 내년 말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고, 3년 뒤엔 60.1%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당장에 재정 위기가 닥치는 건 아니지만 성장률 저하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조기 경보였다.


그런데 이날 기획예산처가 IMF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번역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대신 부채비율 60% 돌파 시점이 1년 늦춰진 것을 "정부의 재정운용 선순환 성과"로 포장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전망치 개선은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반영한 명목 성장률 전망 상향 덕분이지 정부가 빚내는 속도를 줄여서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 고위 참모진까지 직접 나서 "부채비율 논란은 정치 프레임, 일차원적 공포담론"이라며 이념 논쟁을 촉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의 부채비율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60%를 넘기는 2029년에 주요 선진국 평균은 112.3%까지 치솟는다. 부채비율이 110%가 넘는 이들 선진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비 지출로 나랏빚을 크게 늘린, 재정 투자 확대의 역사가 긴 기축통화국이다. 기축통화국은 국채 수요가 많아 금리 상승 부담 없이 빚을 계속해서 늘릴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험도 낮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축통화 여부가 재정건전성을 가르는 기준이냐"고 반문했지만, 한국이 유사시 원화 화폐를 찍어 대외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나라냐고 되묻고 싶다. 대외 충격이 왔을 때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을 야기하는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부채의 적정선 자체가 다르다.


더구나 IMF가 문제로 본 것은 현재 수준이 아닌 앞으로의 증가 속도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무섭게 복지 청구서를 내밀고 있지만 저출생으로 세수는 줄고 성장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 정부부채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부채가 GDP 대비 90%까지 불어나 있어 국민들이 막대한 나랏빚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긴 호흡의 구조개혁은 미룬 채 확장재정이라는 가속페달만 밟고 있다. IMF는 과감한 구조개혁 없이는 3% 성장 달성도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해 김 실장도 "물론 구조개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는 했지만, 정작 아무런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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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재정 풀어 성장하는 선순환'으로 가기까지 만성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있다. 정부가 시장에 '위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충분한 메시지를 주지 못하면 국채 금리가 뛰고 환율이 치솟으며 신용등급마저 떨어지는 혹독한 비용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4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도 오름세다. 선진국들이 겪은 국채발 고금리 위기가 영 남의 나라 일이 아닐 수 있다. 최근 만난 재정경제부 전직 고위 관료가 "현 정권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부채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채문제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같아 애써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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