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깜짝 성장…올해 반도체 호황 vs 중동 충격 '무게추 싸움'(종합)
실질 GDP 성장률 1.7%…5년6개월來 최고
민간소비 버팀목+'반도체 날개' 수출 강한 증가세
부진하던 건설투자·설비투자 플러스 전환
실질 GDI, 7.5% 증가…3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
중동 전쟁 여파 2분기 본격화…올해 성장률 경로 '안갯속'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성장'을 일궈냈다. 민간소비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호조,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삼박자를 이루며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올해 연간 성장률은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 여파로 기존 전망(2.0%)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2분기 이후 본격화할 전쟁 충격과 예상을 뛰어넘는 반도체 업황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무게 추가 쏠리느냐에 따라 올해 성장 경로가 결정될 전망이다.
1분기 성장률 5년 6개월來 최고치…민간소비·수출·투자 날았다
한국은행은 23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 1.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성장이다. 지난 2월 한은이 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예상치(0.9%)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두 곳 실적을 생각해보면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상회하거나 육박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초반 예상보다 더 좋았던 점이 전망치 상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0.2%)로 돌아섰다가 2분기 0.7%, 3분기 1.3%까지 반등하며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4분기 다시 역성장(-0.2%)하며 연간 1% 성장에 턱걸이했다.
이번 성장률 깜짝 상승은 수출과 민간소비, 투자 지표가 고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특히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한 증가세를 나타낸 점, 민간 소비 개선과 건설투자·설비투자가 플러스 전환한 점 등이 성장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국장은 "민간 소비는 지난해 소비 쿠폰 지급 이후에도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플러스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면서 이 두 부분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짚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5.1%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1분기 만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수입은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등이 늘어 3.0% 늘었다. 내수는 소비가 민간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했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개선세로 돌아섰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가 늘며 전 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1% 늘었다. 건설투자도 건물·토목 건설이 늘면서 같은 기간 2.8% 증가했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며 4.8% 늘었다. 각각 지난해 4분기 -3.5%, -1.7%에서 1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 국장은 "설비투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투자를 중심으로 증가로 돌아선 점, 건설투자가 반도체 공장 증설, 신규 주택 착공 증가 영향으로 플러스 전환한 점도 1분기 깜짝 성장 달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끌고 건설업 개선이 밀었다
지출 항목별 1분기 기여도를 보면 수출 반등세가 뚜렷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로, 전 분기(-0.2%포인트) 대비 상승 전환했다. 수입이 1.2%포인트 상승했지만 수출이 2.4%포인트 더 큰 폭 상승하며 기여도를 키웠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포인트에서 1분기 0.6%로 반등했다. 특히 건설과 설비의 기여도가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로 오르면서 내수의 기여도를 높였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민간(1.7%포인트) 기여도가 정부(0%포인트)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개선세가 뚜렷했다. 제조업은 컴퓨터와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3.9% 증가했다. 건설업도 건설·토목건설이 모두 늘며 3.9% 늘었다. 전기·가스 수도사업도 수도 및 원료 재생업을 중심으로 4.5% 증가했다. 모두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에서 1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문화 및 기타 등을 중심으로 0.4% 늘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 대비 7.5% 증가해 GDP 성장률을 큰 폭 상회했다. 1988년 1분기(8.0%)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 2분기 본격 영향…"올 성장률, 핵심 요인 무게추 싸움"
중동 전쟁에 따른 성장 하방 압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향후 관건은 반도체 수출 호조라는 상방 요인이 전쟁 충격을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국장은 "1분기에 중동전쟁 영향은 크지 않았다. 3월 하순까지 (전쟁 전후) 호르무즈 해협을 넘은 국내 선박이 들어왔다"며 "단순하게 보면 1분기 영향을 미친 건 90일 중 열흘 정도로, 본격적인 영향은 4월부터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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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기관에 따라 갈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2.1%에서 지난 3월 1.7%로 낮춘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9%로 유지 중이다. 이 국장은 "중동 전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커진 건 사실이나, OECD와 IMF 전망만 봐도 (성장률 전망) 방향성이 다 다르다"며 "중동 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나타나고 있고, 민간소비도 4월 소비자 심리가 악화했지만 지난주까지 신용카드 모니터링 등 통해 보면 아직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변수"라고 짚었다. 2분기부터 나타날 정부 정책 효과 역시 어느 정도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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