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8000원으로 인상 타당한가
국내 흡연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일본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재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남성흡연율은 42.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보다 약간 떨어진 수치이지만,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다양한 비가격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과태료 인상 등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수치 변화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는 '심스모크(SimSmoke)'라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담뱃값 인상, 담배광고 제한, 금연구역 지정 등 7가지 금연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금연정책의 평가와 향후 흡연율 예측' 보고서에서 현재 2500원에 판매되는 담배가격을 8000원으로 올리면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인 30%대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현재 가장 큰 과제는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담뱃값이 낮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나라 사정에서 적절한 담뱃값은 6000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흡연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담뱃값을 어느 정도 올리면 금연을 생각해보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본 결과 과반수 이상이 '8510원 정도면 금연을 생각해보겠다'라고 응답했으며, 적정 담뱃값에 대해서도 현재 판매가의 두 배 이상인 6000원이라는 대답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의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 6개 보건의료단체도 최근 '금연운동 활성화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액이 2조원을 넘고 총 사회경제적 비용이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금연 비가격정책과 함께 획기적인 가격 인상책을 병행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김 모(38)씨는 "담뱃값을 두 배 이상 올린다면 당장은 끊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금연을 가격정책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결국 흡연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2500원으로 인상한 이후 줄곧 낮아지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8년말 40.9%에서 2009년말 43.1%로 다시 상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8.4%(2007년)와 차이를 넓혀가고 있다. 담뱃값 인상 폭에 차이가 있지만 흡연자 대부분은 결국 다른 소비를 줄이고서라도 담배에 다시 입을 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그만큼 제세공과금도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2500원짜리 '에쎄 순'을 기준으로 1549원이나 된다. OECD 가입국 평균치에 비해 낮은 제세공과금 비율이라고 하지만 이는 1인당GDP 등 다른 경제적인 요소를 배제한 단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분석한 사회계층별 흡연율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흡연율은 47.38%를 기록했고, 소득이 낮아질수록 흡연율이 높아지면서 하위 20%는 64.69%에 달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서민들이 담뱃값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격정책으로 인해 서민의 등골만 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지자체 금연조례 제정에 따른 각종 비가격정책도 시행된 지 불과 1~2년 정도로 벌써 실효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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